산행(대간, 정맥, 일반)

황정산의 가을 단풍

master 42 2006. 10. 16. 21:52
카라치에서 몸살로 해서 돌아온게 추석전이었는데
여러날 아퍼서 산에 오를 힘이나 남아 있겠나 싶어 추석 이튿날 
청룡산엘 시험삼아 올라본게 일주일 전이다.
지난 일요일(10월 15일), 동창회 산악회에서 단양에 있는 황정산을 
간다기에 따라 나섰다.
일반 테마 산악회에서 오르는 산들은 좀 가파르고 험준한 편에 속하고
모두들 산꾼들이라 걷는 속도가 내가 따라 가기에 버거울 정도인것 같아
후배들(10~20년 이상)이 많은(난 두번째 선배) 고등학교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아무래도 잘 못걷드래도 선배이니 봐줄것 같아서다.

09:30, 빗재에 도착하여 준비운동 하고 오르기 시작하니 후배들이
우루루 앞서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쉽게 뒤를 따라 올라갈수 있는걸로 봐서 그리 급한 경사는 아닌것 같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데 백두대간 완주한 몸이라며 으슥하는 자만도 해 본다. 
가을 단풍을 디카에 담아 볼려고 평소 등산갈때 갖고 다니던 하이앤드 디카
(일명 똑딱이) 대신 SLR형의 큰 디카를 어께에 메고 나섰더니 그 무게가
작난이 아니게 어께쭉지에 무리가 온다.

더우기 산에 오르며 아무리 휘 둘러봐도 고운 단풍은 어디로 갔는지
낙엽으로 변한 시들은 단풍만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가을 가뭄이 워낙 심하여 오르는 경사길도 먼지가 풀석 거리고
단풍 조차 시들시들해 보인다.
남봉을 거쳐 황정산에 오르니(11:00) 그래도 사방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고 있다.
도락산을 뒤로 하고 걸어왔지만 그래도 또 도락산이 앞에 놓여있다.
멀리 안개속으로 소백산 연봉이 희끄므레하게 보인다.
1년전 백두대간 종주때 걸었던 소백산 연봉이 눈에 선하다.

소백산 남쪽 죽령에서 잠시 가라앉은 백두대간은 남쪽으로 다시 치솟으며
도솔봉(1,314m)과 묘적봉(1,148m)을 빚어 놓고 있다.
황정산은 백두대간이 묘적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황정산(959m)으로 뻗어
나아가기 직전인 저수재와 벌재 사이 1,076봉에서 북으로 방향을 가지를 쳐 나간 
지능선상의 봉우리이다.
황정산을 일으킨 능선은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직치에서 가라 앉았다가 다시 
고도를 높이며 도락산(964m)을 빚어놓고 북으로 금수산을 향하여 뻗어 나간 능선이
덕절산(780m)과 두악산(732m)을 마지막으로 빚어놓고 그 여맥을 충주호에 가라 앉는다.

황정산을 지나 영인봉 중간 지점에서 점심을 먹는다.
선후배가 한데 자리를 펴고 산상주 한잔씩 나누며 즐거운 자리가 된다.
더우기 오늘 코스는 여유가 많아 진행을 여유있게 하고 있다.
7회 대선배님(나는 10회)께서 손수 갈아 지어 갖고온 상추며 너비아니 구이를 
돌리니 모두들 금슬 좋은 선배 부인의 솜씨에 감탄한다.
황정산 정상 부터는 암능구간의 연속이다.
특히 영인봉을 전후로 한 암능구간은 로프를 타고 오르고 내려야 하는 험한 
구간이라 순번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옆으로 빠져 나가는 순환로가 있기는 있지만 등산객 대부분은 모험을 
좋아해서 그런지 로프를 타고 암능을 탈려고 한다.

암능을 올라 사방을 둘러 보노라면 막 타들어 가는 단풍 계곡에 마음을 빼았기고
먼 연봉들을 바라보며 마음까지 후련하게 느껴 진다.
나도 옆으로 난 순환로를 걷지않고 로프를 타고 바위 능선을 올라 호연지기(?)를
마음껏 즐겼다.
지금 이 암능을 올라 걸어보지 않으면 언제 걸어 보겠느냐는 마음이기도 하고...
가을 가믐이 심해서 그런지 내리막 등산로는 먼지로 범벅이 된다.
그래도 가을이라 단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상수리 나무 같은 잡목들이 많은 황정산은 영인봉을 거쳐 칠성암 쪽으로 내려오는
방향에는 역광으로 바짝이는 단풍잎이 절경을 이룬다.

한동안 계속되던 바위 능선도 원통암이 가까워 오니 내리막길로 변한다.
신라때 창건된 대흥사와 원통암이 황정산의 산격을 뒷받침 하고 있다.
원통암 바로 앞에는 칠성암이 30척 대석위에 깍아 세운 듯한 70척 높이의 바위 7개가 
수직 균열을 이루어 마치 부처님의 손바닥 형상으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옛부터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원통암을 지나 계곡 너덜지대를 지나 양옆으로 타들어가는 단풍을 즐기며
선후배가 한데 어우러져 내려온다.
모두들 얼굴이 단풍같이 곱게 물들어 가는듯 하다.
15:00를 조금 지나 하산을 완료하고 앞 계곡에 흐르는 물에 땀을 싰는다.
마련해간 하산주가 이렇게 술술 잘 넘어 갈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