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네 포장집 이야기

윤자네 포장집 이야기-몰락

master 42 2007. 6. 30. 18:49
오늘 6월을 마지막 보내는 30일이다.
오늘 하루가 내게는 자그마하게 나마 잔잔한 충격을 준 하루다.
이 이야기는 오랜동안 막역하게 나마 친구라는 관계를 이어오던
윤자라는 국민학교 동창생 여자 친구(66세)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며칠전 한달간의 중국 배낭여행뒤 바쁜일 마치고 포장집을 하는 
윤자네 포장집을 두어달 만에 찾아갔더니 낮선 아줌마가 새로 개업한듯한 
모습으로 반기길래 이상히 여겨 물어봤더니 윤자는 어디로 갔는지 
소식을 모른단다.
오늘은 마음먹고 그 내용을 알아볼겸 해서 그집으로 자주 다녔던 
친구 K와 만나 윤자네 포장집으로 찾아 들었다.
새로 인수하여 신장 개업한 아줌마는 윤자 친구의 동생으로 물장사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격은 여자 같아 보인다.
나를 보자마자 지나가는 손님 부르듯이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러대니 
조금은 당황하여 앉은 자리가 어색한 감도 돈다.
곧 맥주를 시켜 마시며 언니 친구 윤자에 대한 자초지종을 묻는다.
마스카라 찐하게 칠한 얼굴에 굵은 주름살을 실룩거리며 물장사 
냄새 물씬 풍기는 그 여자는 연신 자기는 잘 모르는 이야기라며 
슬금슬금 흘리며 "오빠는 잘 모르셨겠지만..." 하길래 "아냐, 그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지..." 하며 맞장구를 쳐대며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윤자는 남매를 키웠다. 위로 오빠는 낚시 도구를 판매하는 가게를 하며 딸하나를 키우며 살아가는 착실한 사람으로 알고있다. 그 아래로 시집간 딸이 IMF때 부터 땡처리 하는 옷들을 지방 다니며 팔아 재미를 솔솔하게 보더니 몇년후 부터는 중국으로 한국의 의류를 팔러 다닌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장사하며 사위가 조선족 여자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우니 딸아이가 이혼을 하자하여 별거하더니 곧 이어 이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딸은 서울 청담동에 옷가게를 개업하지만 운영이 잘 않되는지 그 당시 종종 내게 몇백만원의 돈을 빌려 달라 하기도 했다. 아마 몇개의 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을 이용하니 돈이 아쉽기는 매달 마감날이 되면 대구있는 엄마는 속만 태우며 돈을 빌리러 다닌다. 그러면서 주위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로 부터 적게, 많게 돈을 빌려 딸아이 한테로 보내 주게되니 눈덩이 처럼 불어나게되니 오늘의 몰락의 근원인것 같다. 조그마한 동네 포장집에서 술이나 안주 팔아봤자 얼마나 되겠으며 많은 원금과 이자를 갚을만큼 팔리지도 않은것 같다. 윤자가 잘 나갈때 사두었던 대구 근교 산도 최근에 팔았다고 한다. 한때는 윤자네 포장집엘 드나들며 윤자한테 마음두고 있던 나이든 배회장이 슬며시 자식을 앞세워 같이 여생을 보내기를 제안했을때 윤자는 내게 상의해 왔다. "배회장이 딸아이 문제 책임져 준다면 한번 생각해 볼란다..."며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도 있다. 지금 채권자들을 피해 다니는 윤자를 생각하면 그때 내가 강력하게 권하지 못했던걸 조금은 후회한다.

 

물냄새 물씬 풍기는 여자 한테서 대충 들은 이야기로 가늠해 보면 윤자는 자기가 갖고 있던 돈은 물론, 자기 가게에 드나들던 사람들 한테서 1억원이 훨씬 넘는 돈을 꾸워 딸아이 사업 자금으로 올려보 냈던것 같다. 서울 청담동의 치열한 팻션 싸움판이 어떠한지를 보지도 않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냥 자식을 위한, 또 이혼한 딸 자식의 자립을 위한 엄마의 마음으로 무작정 돈을 빌리고 또 딸한테 송금해 주었다. 그러니 윤자 주위 사람들에게 감나무에 연 걸리듯이 돈을 빌려대었다. 끝내는 딸아이는 옷가게를 팔아치우고 친구와 찜질방 매점을 인수하여 운영하는듯 하다가 그것도 그만두고 호치민에 있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쇼핑센터로 취직 한다며 출국해 버린다. 이때 부터 윤자는 주위에서 원금을 돌려 달라는 독촉과 협박에 시달린다. 어느 공증해준 사채업자가 판결문을 들고와 식당 가재도구를 차압하니 그 시달림에 견디지 못하여 야반도주한것 같다. 지금 가게를 인수한 물냄새 물씬 나는 여자도 언니 소개로 윤자한테 돈을 빌려주고 그 돈값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제가 이집에 들어오고 싶어 들어 왔겠어예..." 한다. 그러면서 "이런 허름한 포장집 보고 돈 빌려준 사람들이 골 비었지" 한다. 윤자는 돈을 빌리면 몇번은 제 날자에 원금과 이자를 잘 갚았단다. 돈 떼먹는 사람들의 상투적인 방법인것 같고, 주위 순진한 사람들은 그 놀음에 놀아난것 같기도 하다. 항상 윤자네 포장집은 손님으로 흥청거렸으니...

 

오늘 친구 K와 찾아간 새로 개업한 국수가게는 손님이 한사람도 없다. 맥주를 무지 좋아하는 친구 K는 아예 맥주잔을 들지 않을려고 한다. 인사쪼로 시켜 갖고온 맥주 두병을 나혼자 다 비우고 나와 다른 식당으로 옮겨 앉으니 친구 K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술맛이 싹 가시더란다. 옆자리에 앉은 물냄새 물씬 나는 여자 주인이 파리채로 파리를 잡아놓고 치우지도 않고, 또 손으로 발가락을 후벼 파는 몰골을 보고는, 또 그 손으로 맥주와 맥주잔, 안주를 갖다주니 같이 간 친구 K는 술맛이 싹 가시던란다. 내가 "이사람, 뭐 그런거지...못본척 하면 술이 잘 넘어가지..."하니 "그러니 자넨 세계 오지 어딜 가도 잘 먹는거야" 한다. 이 친구 어딜가도 타박이 심하지만 오늘은 정곡을 찌른것 같다. 나야 뭐든 먹으니까 괜찮지만... ㅎㅎㅎ 다른 식당으로 옮겨 낮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국민학교 여자친구 윤자의 몰락을 보니 마음 아프다. 이 나이에 친척, 주위 사람들 한테 빚지고 숨어 다니니 얼마나 힘들겠나. 몇년전 부터 며느리가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병원에 여러차례 입원하고 들락거리지만 아직도 심해만 가고 있으니 아내 병치레하는 아들의 형편도 그리 평탄하지 않은것 같다. 4,5년 전에 내가 윤자한테 권했다. 딸아이 한테 연락이 와도 돈 구해 주지 말고 빚잔치를 해서 정리해 버리라고 하니 이혼하고 독립할려고 하는데 그냥 외면할수가 없다고 한다. 어쩌면 살가운 무식한 모정이 두사람을 파멸로 몰아넣은것 같다. 상처는 아프지만 수술하면 살아난다. 그러나 그냥 두면 곪아터진다. 6월을 마지막 보내는 끝날이 우울하다. 그러니 낮술이 더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