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네 포장집 이야기

윤자네 포장집 이야기-남씨가 바라는것...

master 42 2006. 11. 9. 22:30

 

오랫만에 국민학교 동창생 윤자네 포장집엘 찾아 들었다. 두어달 만에 처음인것 같다. 은행 업무와 다른 할 일들을 일찍 끝내고 오후 3시경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자주 오는 단골 손님 남씨가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윤자는 어디 갔느냐 물으니 옆 대형 할인점에 갔다며 곧 올거란다. 나도 남씨 앞에 앉으며 옆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어 뚜껑을 딴다. 남씨는 내과병원에서 약 받아오며 여기 들러 두병째 마신단다. 이런 저런 수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윤자가 들어온다. 오랫만에 내가 왔다며 부엌에서 몇가지 안주를 만들어 나온다. 그러면서 남씨 한테 "병원에 갔더니 뭐라고 하데..." 한다. 남씨는 "맨날 같은 병인데 뭐, 주사맞고 약 받아 오는거지" 한다. 그러면서 남씨는 한 일주일간 매일 곤드래가 되어 집에 들어갔단다. 워낙 술을 많이 마시니 위염이 심하여 자주 단골 내과병원에 다닌다. 그러는데 밖앝에서 지나가는 채소 장사 트럭 확성기 소리를 듣더니 급히 뛰어 나간다. 헐레벌떡 하며 다녀 오는 남씨 손에는 파 석단이 쥐여져 있다. 저녁 찬 거리로 지나가는 채소 트럭에서 파를 샀단다. 그러면서 윤자한테 "누님, 옆집 수퍼에 있는 배추 한통에 얼만가요?" 하며 물으니 윤자는 나갈때 한번 물어보자 한다. 며칠전에 아들한테 줄려고 T셔츠를 샀는데 이번에는 취향에 맞는지 아무말 하지 않고 입고 나가드란다. 종종 사다줬던 T셔츠가 아들 취향에 맞지 않으면 남씨가 입는단다. 그래서 그런지 남씨가 입고 있는 옷들이 좀 젊은이 취향 같이 보인다. 몇잔 더 막걸리를 들더니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신세 한탄을 한다. 13년전, 아내를 위암으로 4년 신고 하다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아들 둘과 지금까지 혼자 살아오고 있다며 어디가서 "홀애비"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다고 한다. 16년전, 남씨가 40살때 아내가 위암이 발병하여 여러 병원 찾아 다니며 치료 하느라 직장 다니며 벌어놓은 가산을 다 써 버렸다고 한다. 마지막에는 포천에 있는 할레루야 요양원에 까지 찾아가서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때 노력 봉사하며 서너달 있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구 동산병원으로 내려오니 입원도 시켜 주지않고 그냥 집으로 모셔 가라는 소리를 듣고 포기하고 응급차를 돌려 나오는데 아들이 "아버지, 아픈 엄마를 왜 집으로 데리고 가요?" 하며 울부짖 기에 하는수 없이 대구 의료원에 다시오니 의사들이 입원을 시켜 주지 않을려고 했다한다. 하는수 없이 특실에 입원시켜 기다리다 일주일 만에 아내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동안 직장과 아내옆과 자식들(고등, 중)을 돌보며 살아온 인고의 4년 세월이 너무 힘들어 눈물도 나오지 않드란다. 아내를 보내고 다시 힘을 추스려 아들 둘과 살며 직장에도 열심히 다녔다고한다. 40대 중반의 젊고 혈기 왕성했기에 자연히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친지들이 여자를 소개시켜줘 두번의 재혼도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지금은 아들 둘과 같이 홀아비로 살아간다고 한다. 혼자 사는게 훨씬 편하다고 하며 두 여자들과 살었던 세월이 악몽 같다고 한다. 두 여자들 모두 끝내는 돈만을 밝혀 많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고 여자에 대한 생각을 단념했다고 한다. 맏아들이 30살이라고 하며 곧 결혼을 시키면 따로 나가 살게 하고 둘째와 같이 살아가겠다고 한다. 요즘 살아가는게 괴로워서 그런지 습관성인지 모르지만 술만 마셨다 하면 곤드레가 되어 정신없이 마신다고 한다. 그러니 속이 좋지않아 자주 내과에 들리고 단골이 되어 다닌단다. 막걸리 두병을 다 마시고 냉장고 문을 열더니 며칠전 마시다 남겨둔 소주 반병을 맥주잔 한컵에 붓더니 단숨에 마시고 사다놓은 파 석단을 들고 문을 열고 나가더니 허접스레 집쪽으로 걸어간다. 밥과 웬만한 반찬은 손수 만드나 어려운 반찬은 옆집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아내 병수발에 모아 둔돈 다 써 버리고 지금도 전세집에 산다고 한다. 아들넘이 장가 간다지만 전셋방 하나 얻어 줄돈이 없어 걱정한다. 그래도 어찌 해결 되겠지 하며 걱정을 잊을려고 한는것 같다. 오랫만에 윤자네 집에서 힘들어 하는 이웃을 만난다. 윤자가 하는 말 " 남씨의 바램은 며느리 잘 들어오는 것인데..."한다. 탁자에 도리도리 앉아 같이 마시던 이웃들도 남씨의 바램이 이루어 지기를 비는듯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