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네 포장집 이야기

요즘, 친구 윤자는...

master 42 2006. 1. 7. 09:57

며칠간 인터넷 언어 폭력 때문에 우울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 블로거님이 윤자네 포장집 
이야기를 그려 달라는 댓글을 읽고 기분도 풀겸해서 어제 퇴근길에 한번 들렀다.
그 동안 외국 출장 다니느라 바쁘게 나다니다 오후 늦게 오랫만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윤자가 부엌에서 나오며 "어, 왔나" 한다.
손님이라고는 한 테이블 밖에 없는게 좀 썰렁해 보인다.
"우째 손님들이 이렇게 없노"
"엉, 조금전에 손님들이 다 나갔다. 늦게오니 그렇지..."
한귀퉁이 테이블에 앉으니 맥주를 가져온다.
손님이 없으니 내 앞에 앉으라 하고 요즘 포장집 돌아가는 이야기와 서울에 살고 있는 
딸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간다.
포장집은 항상 잘 돌아간다고 한다. 아침 부터 동네 손님, 근처 사무실, 증권회사
손님들이 저녁때 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워낙 술값과 안주를 실비로 받다보니 그냥 고만고만하게 남는단다.
혼자 하는 일이라 일 보러 밖앝 나들이 할때는 문걸어 잠그고 나가던지, 그냥 열어놓고 
나가면 동네 손님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찾아 마시고 있단다.
그런데 서울 사는 딸이 청담동에서 옷 장사를 하다가 많이 어렵게 되어 팔아 치우고
요즘은 찜질방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 통에 갖고있던 돈을 몽땅 딸아이 한테 
주고나니 돈에 좀 쪼들린다고 한다.
윤자는 딸이 한때는 옷장사를 크게 하여 돈도 좀 만졌다고 한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싼 옷들 때문에 정리하고 청담동으로 들어가서 고급옷을 취급하였으나 
불경기 탓에 또 장사가 잘 되지않아 카드 돈으로 매달을 살아가며 힘겨워 하더니 최근에
옷 가게를 팔아 넘기고 친구와 둘이서 찜질방 매점을 한다고 한다.
옷장사를 잘 할때는 사위와 같이 종종 보이더니 장사가 잘 않되고 부터는 보이지 않으니
아마 헤어지고 혼자 사는 모양이다.
그러니 엄마는 딸아이 한테 더 애착을 보이는것 같다.
50대 초반에 혼자된 윤자한테 포장집에 드나드는 배회장이 넌즈시 같이 살자고 하나
(며느리와 아들도 찾아와 아버지와 같이 살면 잘 뫼시겠다고 한다) 혼자 힘겹게 살아
가는 딸을 두고 갈려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딸 서울 살림을 보살펴 달라고 조건을 달수도 없어서 거절했다고 한다.
딸도, 윤자도 일년여를 더 고생하며 바쁘게 살아야 될것 같다며 한숨을 쉰다.
조금전에도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배회장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나갔단다.
그러나 요즘 더욱 노쇠해 졌는지 술 마시는 양이 많이 줄었고, 측은해 보인다고 한다.
"우째 팔자 한번 고쳐봐라" 하며 농담을 하니 "늙바람에 누구 영장 칠 있나?" 하며 웃는다.
새해에는 윤자네 집이나 딸 한테도 복이 많이 내리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