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네 포장집 이야기

윤자네 집에서 만난 P교수

master 42 2005. 6. 27. 20:05

오래전에 내 국민학교 여자 친구 윤자가 운영하는 포장집에 대해서 글을 올린적이있다.
또 그 집에 자주 드나드는 윤자 친구 숙자에 대한 이야기와 배회장에 관한 이야기도 
올린적이 있다.
지금도 그들은 꾸준히 단골로 다니고 또 많은 동네 사람들이 술시(?)를 감지하면
슬슬 윤자네 집으로 모인다.
무슨 잘 길들여진 김유신 장군의 말 같이.....
그러고는 매일 만나고도 반갑다고 하고, 또 자기 술을 마시기도 하고 남의 술자리에 
거들어 앉아 마시다가 마신만큼 또 산다.
엊그제 토요일, 늦은일을 마치고 오후 4시경 오랫만에 윤자네 집엘 들렀다.
중국을 들락날락 거린다는 핑게로 서너달만에 들른것 같다.
토요일 오후고, 또 보험회사와 증권회사가 토요 휴무기 때문에 손님들이 썰렁하다.
다만 매일 오는 동네 사람들만 몇사람 자리에 앉아있다.
모두들 나를 반긴다.
또 외국엘 나갔다가 오는가 하며 반갑고 정겨운 안부 인사 부터 나눈다.
그런데 앉자말자 윤자가 옷을 갈아입고 어디로 간단다.
언제나 장사하던 차림만 보았기에 깔끔하게 차려입으니 새로운 모습으로 보인다.
그래도 60중반의 팅팅불은 몸매는 어디로 감출수도 없다.
집안일로 나간다고 하나 어디로 데이트를 가느냐고 모두들 농담을 건다.
그러면서 유(柳)씨 한테 계산도 하고 술, 안주 시중을 부탁 하고 나간다.
그만큼 가까운 동네 사람들이다.
주인 없는데도 장사가 잘 되고, 돈 계산도 먹은 만큼 놓고가니 끝이 틀리지 않는다.
또 낮선 손님이 오드래도 유씨가 술과 안주 시중을 드니 주인과 다름없는 술집이다.
50대 중반의 유(柳)씨는 자기형과 내가 국민학교 동창이라 언제나 형님하면서 
나를 깎듯이 대한다.
그러니 나도 자연히 정중히 대해 주니 서로가 예의를 차리고 지낸다.
나와 같은 대머리로 아침마다 두류산 운동장에 나가 축구로 몸을 단련한다.
이날따라 유씨가 내게 새로운 손님을 소개하며 K대 P교수라고 한다.
무슨과 교수라고는 이야기 하지 않으나 사학을 전공했다하여 J교수와 친구라 하니 
반갑다며 손을 잡으며 선배님이라 한다. 2년 후배인걸 한참후에 알았다.
두류산 공원에서 마라톤을 연습한다고 하며 춘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 한단다.
유씨가 운동하며 알았다고 하여 이곳 윤자네 집을 소개했고 근자에 자주 드나든다고 한다.
술자리가 흥겹게 진행되는가 싶더니 P교수가 좀 취했는지 유씨한테 "자네, 동생..."하면서 
말을 쉽게 놓는다.
알고보니 XX교회 장로인 유씨의 매형과 같은교회에 다닌다며 "나도 장로인데..."하며
모두들 앞으로 교회에 나오라고 설교를 해댄다.
얼마를 그러더니 오늘 손님도 동네사람들 뿐이니 노래나 한번 하자며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며 오늘이 6.25 55주년이니 그때 불렀던 전우가를 목청높여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잘 못부른다고 사양을 하자 팝송을 부르다가 가사를 잊었는지
징글벨을 부른다.
왠 오뉴월 한더위에 징글벨의 눈설매가 왠 말이냐???
크리스마스 케롤을 다 부르더니 친구한테 전화하여 영어로 무어라고 씨부렁 거리더니
"come here..."라고 몇번이고 큰소리 치니 모두들 얼굴 인상이 돌아가는 눈치다.
가만히 있던 유씨가 "형님, 오늘 영어 타향살이 많이 합니다" 하니 모두들 한바탕 웃는다.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가는 필시 무슨 사달이 날것 같아 얼른 일어서며 나올려고 하니
내 손을 붙잡으며 이 집에서 오랫만에 통하는 사람 만났는데 좀더 놀다가 가시란다.
차를 운전해야 하니 맥주 두어잔 하는게 전부라고 하며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문앞에서 크게 절을 하며 잘 가시란다.
인사를 받는둥 만둥 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뭔가 전차에 받힌 기분이다.
그래서 날씨가 이렇게 더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