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네 포장집 이야기

윤자네 포장집-친구 관수 이야기

master 42 2006. 11. 24. 10:43
어제 7호광장 근처에 일 보러 갔던길에 가까운 윤자네 포장집엘 들렸다.
두주가 넘으니 좀 오랫만인것 같다.
이집을 드나드는 손님중 가장 연장이신 배회장님이 두분 손님과 
소주잔을 마주하며 노인대학 회장직을 이제는 그만 두어야 겠다며
두분한테 협조를 구한다.
윤자와 마주하고 앉은 염씨가 세우젓을 안주로 깡소주를 마시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염씨는 몸이 왜소하고, 이가 부실하여 언제나 입이 
합죽해 보인다.
포장집도 음식점 위생교육을 받아야 한다기에 그때마다 놀고 있는 
염씨를 대리로 보냈다며 윤자가 소주를 대접하고 있다.
수고했다며 푸짐한 안주를 만들어 줄래도 칼큼한 세우젓 안주가 
좋다며 극구 사양하여 간단히 마시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국민학교 동창인 이관수가 자주 들리는가 하며 
안부를 물으니 요즘은 통 오지 않는다며 윤자가 걱정아닌 걱정을 한다.
관수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정신이 돌아버리는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파출소로 들어가서 순경들과 싸운다거나 기물을 파손해서 여러번
곤욕을 본적이 있다.
관수는 중,고등 학교 다니던 때나 그후 20대의 젊은 시절에는 대신동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으로 꽤나 알아주었다.
그러나 원래 천성이 마음이 부드러워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하여 뫃은것 없이 장가를 간다.
아내가 지금 까지 서문시장에서 길거리 다방을 하여 자식 공부 시키고
먹고 살고 있다.
하나 아들은 한동안 놀다가 요즘은 중소기업에서 운전하고 있단다.
지금은 90이 다된 노모가 달성공원 앞에서 점을 봐주며 혼자 살면서 
관수집 밑반찬등을 해 주고 했다.
관수 아내가 길거리 다방을 하니 아침 일찍 나가야 하고 저녁 늦게 
들어오니 집안 살림은 관수가 도맡아 다 한다.
밥 짓는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반찬과 모든 세탁 까지 관수가 한다.
물론 아내의 속옷 까지 빨래하며 다리미질해 농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집안 대소사를 관수가 다 챙기고 인사 다닌다.
부부가 생활을 바꾸어 한지도 어언 30년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까지 변변한 직업 없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도 포기한지 오래라 남편이 취직 할거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다만 빨리 아들의 노총각 신세를 면하게 해 줘야 하는데 하며 걱정한다.
관수는 10여년전에 자동차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1년 넘게 입원해 있었다.
그때의 사고 후유증인지 한동안 넋나간 사람같이 다니더니 술에 취하기만
하면 싸움질 하는 행투가 나온다.
워낙 건장한 체구에 한 펀치 하는 주먹이라 상대에 상해를 입혀 구류도 
여러번 당했고, 합의금도 많이 물어줬다.
윤자네 집에 올때는 벌써 어느정도 취해서 올때가 많다.
그러니 소주 한병에 횡설수설 하며 곤드래가 되면 윤자가 아들한테 전화하면
아들이 즉시 달려와 아버지를 모시고 간다.
어느땐가 관수 아내가 윤자네 포장집에 와서 "형님, 저사람 때문에 
애 묵지요. 그래도 우짭니꺼, 친구라며 자꾸 찾아 다니니...머리 다치고 
나서 저러니 우짤수도 없고예, 지 얼굴 봐서라도 잘 봐주이소"하며 
남편을 두둔하며 주위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며 소주 한병씩 돌리고 간적이 있다.
종종 윤자와도 서로 전화를 하며 신세 타령도 늘어 놓는단다.
모두들 관수 아내가 마음이 넓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관수가 문을 열고 쓰윽 들어온다.
모두들 양반되기는 글렀다고 하며 한바탕 웃는다.
들어오자 말자 배회장 앞으로 가서 정중히 인사를 한다.
오늘은 이곳에 오기전에 술을 마시지 않은것 같다.
윤자가 소주를 한병 뚜껑 따서 맥주잔과 함께 그의 앞에 놓는다.
관수는 소주를 마시며 조그마한 소주잔이 싫어 언제나 맥주잔에 부어 마신다.
단숨에 반잔을 마신다. 마시는 폼이 예사롭지 못하다.
얼굴 모습도 좀 까칠해 진것 같다.
윤자가 "와, 요즘 또 사고쳤나? 와 이리 오랫만이고?" 하니 관수는 한숨을 
푸욱 수며 나머지 반잔을 들이킨다.
두모금에 맥주컵으로 소주 반병을 마시고 또 나머지 한잔을 채운다.
그러며 또 한숨을 쉬며 엄마를 만나고 온다며 꺼억 꺼억 거리며 운다.
한참을 그러더니 성주 어느 산골 산비탈에 조그마 하게 지어놓은 허름한 
집에 어머니 보다는 조금은 젊은 보살과 기도하며 살고 있는 어머니를 
만나고 오는 길 이란다.
어머니는 이제 달성공원 앞에서 점을 봐주고 먹고 살기가 힘들었는지 점집을 
접고 후배 보살이 기도하며 살고있는 작은 집으로 한달여 전에 옮겼다고 한다.
마침 이날 관수가 가니 어머니가 혼자 밖앝 마루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여린 마음에 목구멍이 울컥 했단다.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어머니가 "야야, 나 대구로 가고 싶다. 여기 너무 외롭다.
대구에 방하나만 얻어주면..."하시며 아들 손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보이시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들도 모두 숙연해 진다.
어머니 옆을 떠나기전에 관수는 "엄마, 집에 가서 상의해서 다시 올께요."하며
돌아오는 발길이 무겁드란다.
그래서 집으로 가던길에 윤자네 포장집엘 들어왔다고 한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다른 할말이 없는지 어머니가 외로울 거라며 
관수더러 모시고 살라고 권한다.
그러나 지금 관수의 입장에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수 없으니 동생들과 상의하여 
집 근처에 방하나를 얻어 볼려고 한다.
어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시겠느냐며 마음 아파한다.
소주 두병을 다 마실쯤 해서 내가 나가자 하며 차에 태워 관수집 까지 
데려다 준다. 더 마시면 또 사고 칠것 같아서다.
앞산 순환도로를 거쳐 집으로 오며 바라본 청룡산엔 단풍이 아랫 기슭까지 
내려왔고 윗 부분은 다 졌는지 꺼칠한 색갈이다.
대곡으로 들어서니 서쪽으로 지는 해가 황금색 저녁 노을을 진하게 태운다.
나도 저런 화려한 황금색 저녁 노을을 만들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