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40여년전 군대생활의 추억을 찾아서... 산정호수 휴가 여행

master 42 2007. 8. 6. 10:10
어제 4일간의 휴가에서 돌아왔다.
이틀 동안은 하던일 마무리 설계를 끝내고 토요일 이른 아침에
친구와 포천쪽으로 차를 움직인다.
친구 막내 아들이 군복무 중이라 제대 6개월 앞두고 면회를 간다는
친구를 따라 내가 40여년전에 군대생활 했던 그곳엘 찾아가고 싶어 
따라 나선것이다.
후배 장정들에게 줄 타올 150장을 차에 싣고서...

 산정호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이 가까워 지니 하행선 차선에 휴가 떠나는 차들로 빼곡히 차선을 메우고 느림보 걸음이다. 포천시 이동은 잘 �린 4차선 도로를 달려 4시간만에 도착한다. 그 옛날 휴가 갈때면 이동에서 퇴계원 까지는 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을 군용 트럭타고 달렸는데 지금 4차선이 횡하니 뚫여있다. 부대에 도착해서 친구 아들을 데리고 외박 허가를 받아 일동으로 나온다. 주말이라 여관들이 엄청 비싸다. 이곳 여관들은 주말만 장사되니 할 수 없이 비싸다고 한다. 친구 아들은 우리와 같이 점심만 먹더니 오랫만에 물만난 고기같이 PC방으로 찾아들고 우리둘은 산정호수로 찾아든다.

 폭포

내가 1963년 부터 1965년 제대 할때 까지 산정호수 근처 운천에서 근무 했기에 가보고 싶어서다. 6.25전에는 북한땅이었고 한때는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니 그 옛날 유격훈련 했던 암벽 산등성이위로 구름이 오르락 거린다. 많은 팬션, 콘도, 호화식당들이 즐비하다. 내가 복무할때는 황량하기 그지없고, 산정호수 근처에 산재해있는 부대의 급수 공급원이었기에 민간인도 함부로 드나들수 없었다. 겨울이면 육군 빙상반 훈련 장소라 빙질 하나만은 최고였다. 난 군복무 하며 여기서 겨울에 스케이트를 즐겨탔다.

 산정호수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가족단위로 텐트를 치고, 방갈로를 이용해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한동안 바라다 본다. 산정호수를 일주하고 물위에 파도를 만들며 호수위를 달리는 모터보트를 바라보며 나도 물위를 달리고 싶어진다. 산정호수를 뒤로 하고 운천으로 나와본다. 40여년전에 있었던 태국군 주둔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역시 캠프 카이저 자리에도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져 있다. 그당시 넓어 보였던 버스 터미널 자리는 들어선 건물들 때문에 왜소해 보인다.

 기념탑

운천을 거쳐 문암리 쪽으로 오며 운천교를 건넌다. 1964년, 여름 홍수에 다리가 유실되어 며칠간 밤새우며 장간조립교를 가설했던 기억이 난다. 운천교를 지나니 금방 문암리다. 왼쪽으로 한군 참전 태국군의 참전 조형물이 언덕위로 보인다. 아마 미국을 재외한 한국전 참전국중 가장 늦게 돌아간 나라인것 같다. 참전탑과 태국을 상징하는 태국식 사원 건물에 부처님이 떠억하니 버티고 앉아 아직도 한국을 지켜 주는듯 하다.

 참전 기념 동상

 태국식 절

그곳을 내려와 바로앞에 있는 40여년전 내가 근무했던 부대로 들어선다. 위병소에서 지금은 부대 이름이 바뀌었지만 내가 근무했던 1111야공단 1517담프추럭중대 이야기를 하며 옛날의 추억을 찾아왔노라 하고 후배 장정들을 위해 타올 150장을 부대장한테 전해주고 가겠다 하니 위병하사가 주번 사령한테 연락한다. 그동안 나는 위병소 주위를 돌아본다. 그 옛날 황량했던 연병장과 막사는 숲속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고 부대로 올라가는 가지런하게 잘 정비된 포장길이 쭈욱 뻗어있다.

 부대전경-황량했던 연병장이 나무로 둘러쌓여 있다.

오른쪽 언덕배기에는 그 당시는 고구마를 심어 가을철엔 주인집에서 고구마를 삶어 팔었는데...저녁먹고 배가 출출하면 그곳으로 찾아들어 삶은 고구마로 군것질을 했던 생각이 난다. 길건너 문암리 마을에는 어느 할머니가 담는 밀주 동동주가 기가차게 맛이있었던 기억이 난다. 종종 단속반에 걸렸던 기억도 나고... 왼쪽 건너마을 주막집에서 젓가락 장단을 신나게 두들기며 제대하는 선배들을 위한 송별 회식이 생각난다. 부대뒷편 산마루에는 그 당시 미사일 부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것 같다. 또 당시에는 연병장 한켠에 아름드리 밤나무 세그루가 있었는데 추석때 휴가가지 않을땐 돌팔매질로 밤을 따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한참을 서성거리며 옛추억에 잠겨 있는데 위병하사가 닥아오며 주번사령과 대대장이 작업관계 일로 회의를 한다며 만날수 없다 한다. 많이 서운했지만 갖고간 타올 150장을 건네주고 내가 근무했던 수송부에 전해달라고 하며 그곳을 떠난다. 전쟁때도 아닌데 한번쯤 전역한 사병이 추억 따라 찾아왔는데 대문에서 돌려 보낸다니...정말 섭섭했다. 내가 근무했던 수송부에 들어가서 현대 장비도 보고 싶고 아들같이 늠늠한 장병들의 손도 한번 만져 보고 싶었는데...차 닦으라고 직접 타올도 전해 주고 싶었고... 민과 군이 서로 통하는 순간을 느끼고 싶었는데...현실은 아직도 난 졸병인가 봐!!!

 내가 군대복무했던 부대앞 위병소

이번 방문이 내가 근무했던 공병대에 제대후 세번째 찾아왔다. 포천쪽에 볼일이 있을때 마다 찾아와 타올을 전해 주고 갔다. 두번은 부대장을 만나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번은 부대대장을 만났는데 병(兵)으로 제대하고 이렇게 찾아오시는 분은 처음 본다며 반가이 맞이해 주었고 장병들이 근무하는 새로지은 막사를 구경시켜 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고개넘어 탱크부대를 먼눈으로 보며 지나온다. 성동을 거쳐 만세교를 지나니 지난밤 내린비로 성동천이 급류를 이루며 흐른다. 주위로 팬션, 식당, 레프팅 시설까지 있어서 한적했던 그 옛날 먼지 날리던 비포장 길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온듯 하다. 이동으로 둘러 나오며 5군단 사령부 앞을 지나 일동으로 향한다. 친구와 소주한잔 나누며 일동의 밤을 보낸다. 40여년만에 찾아간 추억여행, 부대안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동안 추억에 잠길수 있어서 행복했던 휴가 여행인것 같다. 다음날, 대구로 내려오는 하행선길 반대편엔 휴가에서 돌아오는 차들로 고속도로가 주차장 같아 보인다. 언제 다시 이 길로 군대생활 추억 여행 다녀올수 있겠나...

 태국군 참전 기념비

 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