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섬진강 낙화유수-강물, 꽃잎, 세월이 흘러간다.

master 42 2007. 4. 9. 06:00

 

엊그제 토요일, 출근길에 마산 거래처의 전화를 받고 급히 핸들을 남으로 꺾는다. 구마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앞다투어 터지는 봄꽃들의 향연을 보며 달리것도 좋지만 거래처에서 상담하자며 불러주니 그래도 난 아직도 살아 있구나 하는 생동감을 힘치게 느끼며 달리고 있으니 신명이 날수 밖에... 달리는 길옆 들판으로 봄이 한창이네. 상담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동으로 빠져 나간다. 봄이 흐르는 섬진강을 왼쪽눈으로 흘기며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곧장 지리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강건너 전라도 땅엔 매화는 벌써 저버리고, 이곳 경상도 벗꽃길도 낙화되어 눈오듯 꽃잎이 흩날린다.

 

지난주말에는 벗꽃 만발했던 이 도로가 주차장이었다니... 대구에서 출발했던 상춘객이 오후 4시에 도착하여 쌍계사 벗꽃 터널을 보지도 못하고 곧 바로 대구로 돌아 갔다 한다. 벗꽃이 좀 낙화된들 어떠냐...편안하게 보니 더 좋다. 피는 꽃도 꽃이지만 떨어지는 꽃도 꽃이다. 뭐 그리 허물하지 말고 태클 걸지 말자. 오늘 섬진강 꽃길은 낙화 천리길이다. 떨어진 꽃잎이 섬진강 흐르는 강물위로 넘실대며 춤춘다. 강물도 흐르고. 꽃잎도 흘러가고, 세월도 흘러간다.

 

최참판댁으로 오르는 길 아래로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있고 평사리 넓은 들판엔 청보리가 푸르름을 더 하고 있다, 먼 들판 넘어로 서희 아가씨가 타고 나간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토지 촬영지의 흔적들이 관광 거리로 잘도 가꾸어 두고 있으니 봄나들이 관광객이 줄을 이어 찾아온다.

 

 

쌍계사 입구 부터 사람들이 밀리는지 달리던 차들이 주춤한다. 그래도 낙화의 계절이라 도로는 금방 뚫린다. 달리는 차들 위로 벗꽃잎이 눈 오듯이 흩날린다. 흩날리는 낙화가 은빛 도로를 만든다.

 

 

쌍계사 오르는 길엔 낙화도 흩날리고 동백도 끝물이다. 무데기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들이 오르는 길을 멈추게 한다.

 

 

 

 

섬진강을 왼쪽으로 벗하며 지리산으로 향하는데 물결 반짝이는 강줄기 따라 벗꽃길이 소실점 따라 깔려있다. 봄이 한창 익어가고 있다. 오른쪽 언덕배기에 청보리가 봄바람 타고 힘차게 자란다.

 

지리산 산동 마을엔 산수유꽃은 없다. 산수유가 자라고 있을 뿐이다. 떨어진 꽃마디 사이로 흔적을 찾아 나서 보지만 화려했던 꽃자리는 흐릿한 꽃술만 남아있다.

 

 

붐비던 관광객들도 어디로 갔는지 산동 마을이 조용하다. 이 가을엔, 빠알간 산수유로 나타나 온 동네를 빠알갛게 물 들이겠지... 돌아서는 나그네 앞에 찐한 노오란 개나리가 잠깐 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래, 너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지리산 넘어 오는 노고단 급경사길 양옆으로 개나리, 벗꽃, 진달래가 한창 피고있다. 성삼재 언덕배기엔 산바람이 재법 서늘하게 불어온다. 아, 봄이 이렇게 살쪄가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