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가을이 지나가는 흔적

master 42 2004. 11. 3. 07:39
 
가을이 지나가는 흔적을 찾으러
집앞 청룡산엘 올랐다.
가뭄이 심해서 오르는길이 먼지가 타박타박 거린다.
은행나무 끝가지에 금싸라기 뿌려놓은듯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청룡의 꼬랑지에서 허리까지 오르고, 내려가는 가족 나들이가 많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오르는 엄마, 무등태우고 오르는 아빠...
먼데로 청룡산 상여바위에 찐하게 타는 가을이 내려오고 있다.

오르는 마음은 용의 기(氣)라도 바라는지 신이나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용의 기를 한껏 받은 싱싱한 모습이다.
삼필봉 오르는 급경사에 따닥따닥 가을이 타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한실마을 쪽으로 내려온다.
이름 모를 꽃이 타는 잎세와 어우러 진다.
마지막 억새풀이 지는해를 핥는다.
가을을 보내기 싫은지, 미운지...

물가에 알을까던 잠자리의 죽은 흔적이 마음을 흔든다.
텃밭 가꾸는 한가족이 오손도손 중참질을 한다.
그 가족의 얼굴에도, 손에도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내 몸에도 가을의 붉은기(氣)가 타오른다.

2004. 10. 30

 


소나무에 집을 지은 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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