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이 가을에 먼저 가신 사돈이 생각난다.

master 42 2004. 11. 10. 23:36




사돈이 가신지도 1년이 넘었다.

작년 나와 동갑인 사돈을 저 하늘 나라로 보내는 날은 하늘이 무척이나 높고 맑았다.

선산 올라가는 주위로 물봉선화가 손님을 맞이하는양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작년 가을의 중간쯤 어느날, 저녁 11시가 다되어 서울로 시집간 딸애가 울음이 범벅이된 목소리로

"아빠, 아버님이 돌아가셨어"하면서 대성통곡하는 목소리를 듣고 난 까무러질듯 놀랐다.

대충 이야기를 듣고 이튿날 올라가기로하고 전화를 끝내고 나니 내 마음이 허전해 옴을 느꼈다.

나와 동갑인 사돈은 자수성가하셨고,작년초에 넓직한 공장으로 옮겨서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시면서

사업에 열정을 솓으시다가 갑작스럽게 심장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사업구상에 열중 하시다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일어난 일이라 꼼짝없이 당했던것이다.

평소에 건강하다면서 등산도 좋아하셨던 사돈은 심장의 약간의 이상은 그냥 지나쳤던 같다.

그 당시 좀 어려워진 사업으로 해서 좀 신경을 썼던게 원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졸지에 남편을 보내게 된 사부인이나,아버지의 죽음조차 에견하지 않었던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몇년전 처음 양가 상견례장에서 만나서 소주를 3병을 마실정도로 서로의 마음이 통했고,
나이도 같고,서로가 하고있는 사업이 기계를 제작하는것 조차 같은데서 더욱 마음이 통했다.

그후로도 우리는 매년 서너번 만나서 소주를 즐겨 마시며 친구처럼 다정스레 지냈다.

아들만 둘이라 맏며느리로 내 딸을 들이시면서 딸하나 얻는 마음이라면서 귀여워해 주시고

아들집에서 저녁을 드시면서 소주로 반주하시는 날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사돈 지금 뭐 하시오. 나 며느리집에서 술한잔 하고 있다오" 하시면서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호쾌한 웃음을 주셨던 분이다.

재작년초에 손자를 안겨드렸던 날은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나에게 전화까지 손수 해 주셨다.

임신한 며느리를 부인과 함께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태어날 손주를 위하여 직접 용품들을

한아름 사 주시던 자상했던 시아버지셨다.

손자가 타고다닐 유모차도 바퀴가 큰걸로 사주시면서 손자가 클때까지 바퀴달린건
모두 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단다.

종종 며느리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손수 옷도 골라주시던 시아버지셨고,

손자 돌잔치를 몇년전에 아들을 성혼시켰던 예식장의 부페식당을 빌려서 많은 손님을 초청해서

마련해 주시기도 하셨다.

설에는 세뱃돈으로 지갑속에서 잡히는데로 듬뿍 주셨던 시아버지를 딸애는 나에게 자주 자랑 했었다.

아들집에 오시면 며느리 불편하다고 낮잠 한숨 주무시지 않고 손자 얼르기만을 즐기시다가

밥한술 뜨시고는 사부인을 제촉하여 집으로 돌아가셨단다.



친구여동생인 사부인과는 지금껏 부부 싸움 한번 한적없을 만큼 금슬이 좋았던 분이셨다.

산엘 다니셔도 부인과 같이 다녔고,국내 여행을 하실때도,금강산을 다녀오실때도

항상 부인을 앞세우고 다니셨단다.

그러나 외국여행을 한번도 다니지 않으셨고,비행기한번 타보지 않으셨던 분이다.

돈좀있다고 뻐기며 외국다닌다고 못내 못마땅해 하시면서 내핍을 신조로 삼아 살아가셨던 분이다.



두째며느리 한테서 손자를 보시고 "우리집에 손자 풍년났네"하시며 너털 웃음 웃으셨단다.

아들들 한테 자기 사업을 물려주지 않으시겠다면서 각자의 길을 가라고 하시고 종업원과

동고동락 하시면서 사업을 즐기셨던 분이다.



내가 상가에 들러 문상을 마치고 자리를 잡으니 딸애가

"아빠, 우리들은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를 않아. 어떡하면 좋아"하면서 목놓아 슬피울어댔다.

물론 내가 너희들은 맏이니까 정신 차려서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나도 슬프고 허허로워서

연신 눈물이 나오는게 앞이 보이질 않었다.



이튿날 발인을 하고 장지로 가던 중간에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회사에 노제를 지낼려고 갔을때
영정을 사장실로 뫼시고 둘러볼때 사부인이 혼절을 하셨다.

얼마나 슬프셨기에,사장실에서 "여보"라고 통곡을 하시며 혼절을 하셨을까.



장지앞 마을 마당에서 준비된 상여로 운구하여 산으로 올라가는 길 양옆으로 물봉선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게 마치 이곳으로 자리하러 오는 고인을 맞이할려고 도열해 있는것 같았고,

가을 풀벌레 소리는 그 울음을 멈추었다.

딸애는 가시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속에 새겨놓을려고 상여 주위를 맴돌며,

손으로 만져가며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

사랑해주셨고,항상 편안하게 대해 주셨던 시아버지를 보내는 맏며느리의 애절한 마음을 알수 있을것 같었다.

맏상주가 "치토"라고 울부짖으며 부드러운 흙으로 첫삽질을 하니 상주 모두가 통곡을 했었다.

옆에서 보던 문상객들도 너무 일찍가신 고인을 회상하며 모두들 눈물을 글성이셨다.

봉분을 다 만들고 그 앞에서 이별의 잔을 드리는 제사를 올리면서 상주들과 문상객들이

다시한번 슬픔을 삼켰다.

나도 사돈 영전에 술한잔 올리고 영원한 친구를 보내는 마음으로 경건히 재배하면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금치 못했다.



옆계곡에 가득 피어있는 물봉선화의 진붉은색을 넉없이 바라보며 산을 내려오다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가을의 높은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뭉게구름이 점점이 떠있는 가을 하늘이 이날 따라 더 높아 보였다.



"사돈! 잘 가시요.먼저 가 계시면 내가 사돈몫까지 살고 가리다.

그때 우리 만나서 못다나눈 소주잔을 마음껏 들어 봅시다.

사돈! 그래도 보고 싶다오."











Beethoven-바이올린 소나타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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