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국화꽃잎 베게

master 42 2004. 11. 14. 20:53




조금전에 산에서 내려오면서 한실마을 어귀에 몽우리져 피어있는 재래종 국화를 보고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한껐 마셔보았다.
마지막 가는 가을의 냄새를 진하게 풍겨주었다.
가을이 갈때쯤해서 국화꽃을 볼때면 그 옛날 어머님이 만들어 주셨던 국화꽃잎 베게 생각이 난다.
한동안 국화꽃잎 베게의 인기가 갑자기 떠 올랐고 인터넷으로 그 주문량이 폭주하여 생산자도
놀란적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인기리에 잘 팔리고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마흔둘에 노산으로 나를 막내로 낳으신 어머님은 나를 끔직히 사랑 하셨던것 같다.
내가 스무일곱살 되던해에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그해 가을에 대구로 내려 오니 어머님이 뜰악에
많이 심어놓았던 국화꽃을 따서 말리시면서 "이걸로 니 베게 만들어 줄게"하신다.
그해 초가을 부터 따모으셨던 국화꽃잎은 겨울 초입쯤에는 이웃집 정원에서 따 모으셨던 국화꽃잎을
합쳐서 내가 보기에도 제법 많은량이 되었다.
햇빛에도 조금씩 내어놓고 말리시기도 했지만 그늘에 말리시면서"국화꽃잎은 그늘에서 잘 뒤져가면서
말려야 그 향기를 유지할수 있는거란다"하시면서 쉬엄 쉬엄 놀기삼아 뒤적이고 계시는것을 종종
볼수가 있었다.
그때 연세가 칠순을 바라보는 노인이셨지만 새찬 걸음걸이나 행동은 며느리들이 따라가지를 못할만큼
건강하셨다.
담배를 하루 한갑정도 피우시고, 술은 막걸리나 맥주는 싫어하시고소주를 좋아하셔서 하루 한병반 정도를 드셨다.
그리고 철철이 나는 과일주 하며,진달래,마늘,솔,국화로 직접 술을 담궈서 드셨다.

그러한 정성으로 나에게 국화꽃잎 베게를 그해 초겨울에 만들어 주시면서"이 베게를 베고 자면
 머리가 명석해지고 맑아지며 건강해 진단다"하시면서 또 남자들이 밖에 나다닐때 몸에서 냄새
가 나지 않고, 향기가 난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많아 보였던 국화꽃잎도 말려서 베게를 만들어 놓으니 그 크기가 작아서 베게 높이가 꽤나 낮았다.
그 낮은 베게를 베고 그해를 넘긴 봄에 어머님은 그 국화꽃 베게를 따서 말리시면서"사람은 낮은베게를
 베고 자면 어께죽지가 방바닥에 착 들어붙어서 체형미가 곧아지고,옆으로 모져 자는버릇이
없어진단다"하셨다.
내가 장가를 가고도 어머님은 국화꽃잎 베게를 몇번 더 만들어 주셨다.

나는 지금도 어린아이들이 베는것과 같은 낮은 베게를 베고 잔다.
출장을 가서 외지에서 잘때,낮은 베게가 없을때는 목용용 수건을 착착 접어서 베게를 만들거나,
방석을 이용하여 베게 대신으로 한다.
며느리가 시집오기전에 낮은베게 이야기를 몇번 했는데 시집오면서 큰베게를 가져와서 아직도
이불장 안에서 그대로 잠들고 있다.
종종 아들 내외가 와서 우리집에 잘때는 아이들이 그베게를 사용한다.
내가 생각해도 이 나이에도 괜찮은 체형을 유지하고 있고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모든것은 어머님의 정성어린 사랑의 보살핌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 하면 지금이 어느땐데 아직도 그런 이야기 하느냐며 한방에 핀잔이다.
내가 아내에게서 국화꽃 베게를 바라는것은 아니지만 어머님의 정성을 알아달라는 마음이였는데....
내 아내로 부터 국화꽃 베게를 포기한지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도 없다.
가을이 닥아오면 1988년 8월에 88세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나고 국화꽃만 봐도
어머님의 인자하셨던 얼굴이 떠 오른다.  
 
 

 

차이코프스키-교향곡 No.4 - 2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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