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파키스탄

파키스탄 출장 기행

master 42 2007. 11. 26. 09:29

 

한달 가까운 출장에서 돌아오니 몸이 좀 무겁다.
이제 60대 후반의 나이를 느끼는것 같다.
그래도 멈출수 없어 그동안 상담했던 일들을 정리하느라 한 이틀 바쁘게 지냈다.
한동안 비워뒀던 블로그를 이제서야 들어와 집안 청소부터 한다.
그 동안 찾아 주셨던 블로거 여러분들 대단히 고맙습니다.

 

지난 차마고도 트랙킹때(5월) 인터넷 상담으로 주문 받았던 프로젝트를 지난 추석전에 선적 시켰는데 이번 출장길에 시운전도 마치고 새로운 상담 일정도 보름 넘게 방글라데시의 다카와 치타공 그리고 파키스탄의 카라치, 파이슬라바드, 라호르를 헤메고 다녔다. 방글라데시는 10년만에 가보나 그때보다 크게 달라진게 없는것 같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교통혼잡 때문에 길나서기가 겁이 난다. 또 하늘을 뒤덮는 먼지가 하루 내내 안개 끼인듯 하다.

 

지난 4월에 파이슬라바드에 왔을때 맛나게 먹었던 로티(빵떡) 굽는집을 찾았다. 호텔에서 가까운 버스 터미날 앞에 있는데 주인, 로티 굽는 친구와 심부름 하는 아이도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곳 로티는 화덕 로(爐)안벽에 붙혀서 굽는 전통식이라 더 맛이 있다. 갖고간 선물을 나누어 주니 좋아한다. 금방 갖구운 로티를 두장 쟁반에 바쳐온다. 콩으로 만든 달(dal)과 요구르트에 찍어 먹으니 구수한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에 가득이다. 난 세계 어디를 가나 현지 음식들을 잘 먹는다. 또 여행하며 그곳 시장통에서 전통 음식들을 찾아 다니며 고곳 주민들과 어울려 먹는것을 좋아한다. 옆에 같이 앉아 먹는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면 연신 물어댄다. 한국에서 왔다니 남이냐 북이냐를 묻는다. 물론 남쪽이지...

 

파키스탄 파이슬라바드에서 이틀동안 상담 마치고 라호르로 가는날은 삼미대우고속버스를 처음으로 타 본다. 파키스탄에서 유일하게 출발시간을 지킨다 하며, 고속버스 안내양이 차내서비스를 해 주니 우리나라 70년대 초반의 고속버스 같다. 고속버스 안내양을 채용할때 그 나라 풍속으로는 상상도 할수 없었다고 한다. 여자가 남자한테 서비스 하는 ...그런 직업을 금기시 하는 풍습이다. 고속버스 내에서 생수, 콜라, 샌드위치는 물론 비디오를 볼수 있도록 비행기 기내용 보다 더 좋아 보이는 리시버 헤드셋트 까지 준다.

 

그러나 역시 파키스탄인지 잘 달리던 고속버스는 라호르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타이어 고장(파스)으로 길가 대피소에서 멈춘다. 우리나라 같으면 인근 도시로 전화하여 타이어 수리공을 불러 갈아 끼우나 이곳 운전기사는 작키를 내려 직접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 승객들도 내려 운전기사를 도운다. 나도 내려 타이어를 확인해 보니 타이어의 요철이 다 닳아 마찰열을 견디지 못하여 파스가 난것 같다. 큰사고가 나지 않은게 다행인것 같다. 삼미대우 고속버스라지만 역시 파키스탄 고속버스임을 실감한다.

 

라호르에서 사흘간 상담 일정을 마치고 카라치로 돌아오는 날 아침일찍 숙소에서 일어나 잠깐 카메라 들고 길거리 풍경을 담아본다. 아침 출근길인지 거리는 온통 차들로 북적거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을 이룬다. 버스, 트럭, 자가용, 툭툭이, 오토바이 심지어는 트랙터 까지 출근길을 메운다. 버스 지붕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타고 있다. 통학하는 제복입은 학생들도, 호기를 부리는 젊은이들도 버스 지붕위에 타고 다니고 많은 짐도 싣고 내린다.

 

그 전날밤 비가 오더니 식당앞 길가 낮은곳에 물이 고여있다. 그 곳을 피해 다니는 사람들이 출근길인지 발걸음이 바쁘다. 길건너편 나무 아래에서 간이식 아침을 먹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건물 계단 위에서 한참을 거리 풍경을 담고 있을려니 발아래에서 한아이가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정말 천진한 아름다운 웃음이다. 누구를 기다리는듯한 여인, 마차를 몰며 지나가는 모습의 실루엣, 과일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해 주는 아들과 아버지(?)... 모두를 이 아침에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그냥 버릴수 없는 광경이다. 하늘을 덮고 있는 먼지만 없으면 더 머물고 싶고 더 담아보고 싶은 길거리 모습들이다.

 

파이슬라바드와 라호르는 운하가 있을정도로 물이 많은곳이다. 히말리야 산맥의 설산에서 눈녹은 물들이 내려와 이곳은 물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섬유산업과 특히 염색업이 발달하고 있다. 라호르대학가 옆을 흐르는 운하는 수량이 항상 많고 조명을 한 이곳 야경이 한경치를 보여준다고 한다. 축제때는 더욱 좋다고 하나 날잡아 올수도 없으니...

 

카라치로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식을 먹고 카라치 공항에 내리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호텔에 돌아와 두어번 화장실을 다녀오니 설사인것 같아 더럭 겁이난다. 얼른 아들넘이 지어준 설사약 3회분(좀 과량?)을 한번에 먹으니 금방 뚝이다. 이번 여행길에는 지난해 워낙 몸살로 혼이나서 아들넘 한테 부탁해서 설사약, 위염약, 몸살약들을 가득 준비해 갖고 다닌다. 나이는 속일수 없으니 준비해 두는게 좋을듯 해서다.

 

오후 다섯시 쯤 해서 해변으로 나가본다. 작년 까지는 무료였는데 올해는 돈을 내란다. 20루피... 지난해 온 하늘을 붉게 타들어 가던 카라치 아라비아해 석양이 일품이었는데... 그러나 하늘을 덮은 먼지 때문인지 빠알갛던 동전만한 태양이 지고나니 회색빛 바다와 해변엔 어둠이 내려 깔린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바다를 즐긴다. 가족 나들이도, 연인들도, 친구들 끼리도 바닷 바람을 심호흡 하며 즐긴다. 돌아오는 길에 한국 식당에서 오랫동안 마시지 못하던 맥주를 두어캔 들이킨다. 속이 시원하다. 역시 술이 좋다, 술술 넘어가니 맛있다. 내일 부터 열심히 기계 조립, 시운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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