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한국

남해 나들이...

master 42 2008. 4. 15. 10:05

 

지난 금요일, 부산 양산 거래처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니 오후가 좀 일찍은것 같아 창원에 있는 부품 제작공장에 들러 몇가지 기술적인 상의를 하고 대구로 돌아 올려고 하는데 그곳 김사장이 나에게 한마디 건넨다. "지금 남해의 봄이 한창 익어 가는데요...한번 않가볼라요?" 한다. "김사장님도 같이 갈라고요?"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붙인다. "요즘 불경기라 토요일도 노는데, 망하는 집안 머슴 밥이나 많이 준다고 이 참에 원님덕에 나팔 한번 불어 봅시다."

 

이래서 둘은 남해로 핸들을 꺾는다. 나로서도 딱히 토요일에 약속된 일도 없고 바쁘지 않으니 신이 절로 난다. 사천을 거쳐 삼천포로 들어서니 벌써 어둑어둑해 진다. 해가진 바다위에서 멋진 커피�을 만난다. 먼산 넘어로 아직도 약간은 남아있는 식은 석양에 어슴프레하게 하얀 모습으로 닥아온다. 건너가는 계단길을 밝히는 우유빛 백열등이 우리를 유혹한다.

 

그 유혹 떨치고 달려 삼천포 해안 도로로 접어든다. 죽방렴이 보이고 대교가 떠억하니 앞에 가로 놓인다. 대교에는 아직은 이른지 불빛이 찬란하게 밝히지 않는다. 그 아래로 많은 찍사들이 삼발을 받쳐놓고 대교를 열심히 담고 있다. 나도 얼른 몇컷 담고 김사장과 근처 횟집으로 들어가서 쇠주잔 기울인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짜르르한 맛에 달려온 피로도 잊는다. 맛있는 횟감은 덤인것 같다.

 

삼천포 창선대교를 넘어오니 유채꽃이 한창이다. 괜찮은 포인트(?)에서 사진 몇장 찍는데 주위 유채꽃들이 발에 밟혀 수난이다. 바이 주는 분위라 그런지 연인들 쌍쌍이 디카폰을 디리밀고 얼굴 맞대고 찍어댄다. 뽀뽀를 열심히 하는 젊은 연인들, 살짝살짝 감추며 뽀뽀하는 부부들... 얼른 빠져나와 대교를 거너니 붉밝힌 모텔의 야경이 휘황하다. 한곳에 방하나 예약해 두고 다시 나와 대교 아래에서 못다한 소주잔을 비운다. 김사장도 오랫만에 허리띠 풀어놓고 마신다며 나보다 많이 젊은 호기를 부린다.

 

이튿날, 늦으막 하게 일어나 창선교 쪽으로 나와 얼큰한 갈치찌게로 해장하니 눈이 환하게 트인다. 날씨는 얇은 안개가 끼어 있어서 바다 경치는 고만고만하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죽방렴이 군데군데 보인다. 죽방렴에서 갖잡은 며루치 회가 일품인데... 해안도로를 벗어나서 보리암으로 올라간다.

 

연한 안개가 걷히지 않으니 보리암에서 내려다 보는 상주리 해수욕장 해안선이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많은 상춘객(?)인지 기도하러 온 신도들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한동안 머물다가 두시가 다 되어 내려온다. 다시 대교쪽으로 달려오니 안개 걷힌 언덕에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차들을 세워두고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대교쪽을 보니 그래도 아직도 안개의 흔적이 보인다. 멀리로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희미하게 닥아온다.

 

대교를 건너 해안 도로를 따라 진주로 방향을 잡다가 장어구이 집앞에서 주차한다. 한접시 가득 담아온 장어를 석쇠위에 올리니 꿈틀거린다. 싱싱하다. 쇠주 한병 시켜 김사장 혼자서 다 마신다. 난 운전 해야하니 따악 한잔만 준다. 진주를 거쳐 서마산에서 김사장을 내려주고 곧장 달려 대구에 도착한다. 김사장 덕분에 올봄 흡족하게 마무리 봄놀이를 즐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