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낙동정맥 종주를 마치며....

master 42 2008. 7. 4. 06:13
18.

2006년2월26일 10:50, 통리에서 출발한 낙동정맥 종주의 대단원 막은 2008년 6월22일 15:30몰운대에서 30구간의 그 마지막 발걸음을 멈추고 드디어 낙동정맥 완주 축배의 잔을 높이들어 마신다. 67살 나이에 가져보는 종주의 기쁨을 포효해 본다. "난 아직도 가슴뛰는 삶을 살고 싶다...." 진갑 나이에 시작했던 백두대간을 1년 10개월만에 끝내고, 몇달후, 낙동정맥을 시작하며 나는 아마 이 종주가 내 생애 마지막 큰 행사가 아닌가 생각하며 각오를 다졌다. 어쩌면 나의 존재의 의미를 여기서 찾아 볼려고 젊은이들과 함께 배낭메고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 입춘 우수 절기를 지난 2월26일, 한무리의 산꾼들이 햇살 가득한 태백의 산야에 새로운 출발의 설래임으로 모여 든다. 아직은 녹지않은 언땅에 트랙커의 발걸음은 금방이라도 강원의 언땅을 녹일 듯이 거친 호흡과 함께 열정을 불사르며 그 구도의 길을 자청한다. 이 길이 정령 우리의 길이 아닐지라도 나만의 길을 열고자하는 열정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그것이 아닐까? 이렇게 시작한 낙동정맥 종주는 피재에서 시산재를 시작으로 몰운대 종산재 까지 30구간을 걸었다. 2구간 종주때 힘들게 올랐던 면산의 기억이 종주내내 이야기 속에서 잊혀 지지 않은것은 대간 후 처음 무박산행으로 힘들게 올랐던 산이었기 때문일거다. 1.

그러나 봄의 기운이 돋아나며서 우리들의 준족도 발걸음이 가벼워 지기 시작한다. 봉화, 울진, 영양군을 거치며 금강송이 뿜어 주는 피톤치트와 기(氣)를 담뿍 받으며 걸었던 능선길은 우리들의 심신을 한결 맑게 해 주었다. 한국산의 동고서저의 상식을 뒤집는 서고동저의 백암산 구간에서 우리들은 피곤한 심신을 온천장에서 느긋하게 풀어도 보았다. 낙동정맥 종주 첫해에 맞는 단풍짙은 가을산세, 억새풀이 눈시린 능선길, 그리 크지 않아 한아름에 안아도 안겨 질듯 한 산 모습인데 안으려면 저 만치 달아나는 것 같아 마음만 애태우기도 했던 정맥길이었다. 이맘때 경북의 오지를 걸으며 많은 봉우리들이 낙동의 근원인 골들을 만들고, 깊이 또한 달리하며 그들이 살아 숨쉬는 곳에 우리 삶의 터전을 내어준 모습을 정겹게 느껴 보았다. 20

종주 두째해, 시산재를 지내고 주왕산이 가까워 오면서 우리들의 발걸음도 유유자적하여 가뿐한 산길이 즐겁기도 했다. 봄산이 주는 산기를 마음껏 받아 마시고 누리기도 하며, 그러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가끔은 산길의 굽이침이 심상치 않아 가는 걸음을 뒤돌아 가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는 일명 알바라 하기도 하지만...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낙동정맥 종주 두째해의 여름, 한티재 구간은 몸서리치게 더웠다. 모두들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었다. 짧은 구간인데도 왜 그리 길게 느껴 지는지... 알바도 하고, 많이 쉬기도 하니 역시 걷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12.

10.

폭염도 가고 소슬바람이 불어 억새가 은빛 춤을추는 가을에, 우리들은 태백산맥이 동해안을 끼고 남으로 달리다가 마지막 힘을 모아 솟구친 영남의 지붕, 병풍으로 불리워 지는 영남 알프스를 알프스 산악회의 많은 동호인들과 함께 걷는다. 가까이로 사자평, 신불재, 영취재, 천황재, 간월재의 광대한 억새밭에 우리들은 감격하며 마지막 낙동정맥의 가을산을 걸으며 한해를 보낸다. 13.

15.

낙동정맥 종주 마지막해의 만불산을 넘어 경주를 지나가는 아화 서오리 산기슭에서 한해를 기원하는 시산재를 올리고, 봄내음이 산야를 흔들기 시작할 즈음 진달래 군락지로 화려한 꽃능선으로 이름난 경주 단석산을 넘는다. 월하(月下)의 원효암 계곡의 악몽이 모두의 마음에 잊혀지기도 전에 우리는 원효암을 지나 운봉산을 넘어 금정산을 눈앞에 두니 몰운대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9.

작년 년말, 지경고개에서 시작한 부산 금정산 구간을 산성고개에서 일단 마무리 하며 한해를 보내는 송년산행으로 한해를 보냈다. 5월에 운봉산을 지나고, 마지막 구간 산성고개에서 몰운대 까지는 알프스 산악회의 많은 회원들의 축하 응원을 받은 산행이라 더욱 즐겁고, 발걸음도 가볍다. 만덕고개, 만남의 숲, 백양산을 지나며, 전망대 같은 바위에 올라서니 광안대교가 눈아래 펼쳐져 보이고 부산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걷는 산책로 같은 고갯길들이 정겨웁다. 오후 3시 30분, 고갯길 아래로 내려서니 드디어 낙동정맥의 대장정이 끝이 난다. 4.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쪽은 백두대간, 다른 한쪽은 낙동정맥이다. 지도상의 능선 거리만도 약 410km이고, 고도와 기복을 감안한 실제 거리는 약 700km가 넘는다. 강원도, 경북, 경남,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 3개도, 2개 광역시 7개시, 7개군, 7개구가 낙동정맥 구간에 자리하고 있다. 같이 종주를 해준 많은 젊은분들의 도움으로 종주를 마치고 나니 나는 새로운 감회에 젖는다. 새로운 내 삶의 현주소를 발견한 것 같기도 하고, 새로운 활력과 용기도 난다. 우리들이 완주하는 순간 느끼는 환희는 그 동안의 힘들었던 고생들을 모두 잊고도 남는다. 오늘 우리가 갖는 완주의 기쁨은 우리들 모두의 투철한 도전정신과 서로의 협동 정신이 만들어낸 합주곡이라 할수 있고, 이는 또 사랑하는 가족들의 격려와 내조의 배려로 이루어낸 29개월간의 장정이라 생각한다. 2.

3.

낙동정맥 완주에서 우리들은 많은것을 배우고 얻었다. 투철한 도전 정신과, 어떤 고난도 이겨내는 인내심, 해내고야 말겠다는 정신력과 협동정신을 기르고 닦아 최후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인간승리를 함께하고있다. 또 종주하는 동안, 산천 계곡과 조상들의 얼이 베인 문화유적과 삶의 모습도 보면서 자랑스런 우리들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힘들었던 고생들이 오늘의 행복을 더욱 소중하고 값지게 만들어 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끝까지 종주를 안전하게 마치게 세심하게 안내해준 윤상희 대장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종주를 함께 해 주신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많은 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