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4) 대전에서 개최된 한국타올공업형동조합 총회에 다녀왔다.
20년전 내가 타올자동봉제기계를 만들고 몇번 조합원들 앞에서 기계를 선전 소개하기 위하여
매년 2월에 개최되는 총회에 참석하여 회의 말미에 내 기계를 소개하였었다.
국내에서 나혼자 만드는 기계라 꽤나 많이 팔렸다.
그러나 5~6년후 부터는 일본에서 중고기계가 들어오기 시작하니 주문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차에 IMF가 시작되니 더욱 일거리가 없어지고 반년 가까이 놀고있자니 머리가 굳어지는것 같았다.
해외를 몇차례 다니며 바이어들과 상담해 보지만 내 기계는 구식이라 시대에 뒤떨어지는 기계임을
크게 느끼고 새로운 기계 개발에 착수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1년여를 설계와 제작에 혼신의 힘을 다 했다.
부품제작에 실패도 많이했고, 그 당시 전자제품 여건이 지금과 달라 일본에서 수입해 들여오기도 했다.
6개월여만에 기계형체를 완성해 놓고 시운전을 할려니 국내에는 그 기계에 알맞는 원단이 없어서
파키스탄에 특별히 주문하여 수입하여 시운전을 하면서 부분부분 개선하여 1년여만에 성공했다.
1999년, 새로 개발한 신형모델 한대와 구형기계 4대를 파키스탄에서 가장큰 타올공장에 수출하였던게
지금 성공의 요인이 된것 같다.
그 공장에서도 열심히 사용했고 개선점도 알으켜 주니 성능이 금방 향상되었다.
2년후 3대를 더 주문받고 1년후 다시 4대를 주문받고 작년에 13대를 주문 받으니,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에서
내 기계 25대가 24시간 내내 잘 돌아가고 있다.
첫 기계 수출후 입소문을 탄 덕에 카라치의 다른공장에서도 주문을 받어 꽤나 많은 내 기계가 그곳에서 돌아가고 있다.
어제 내가 타올조합총회에 참석해서 내 기계를 소개하던 마음은 내 기계를 팔겠다는 마음보다는
이렇게 발전된 기계를 개발했다는 자긍심에서 자랑도 해 보고 이제는 낡은 아나로그식 구형 기계에서
디지털식 자동기계로 발전하여 유럽의 기계 메이커들과 경쟁하며 수출하고 있다는 보고의 자리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IMF이후 많이 사라졌는지 100여명이 넘던 조합회원의 숫자가 50명 이하로 줄어
총회장이 썰렁해 보여 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함을 느꼈다.
나는 20여년전에 20여년간 몸담아왔던 형님의 타올공장에서 강퇴당한후 나이가 50이 다되니 나이가 많다며 어디
마땅히 받아주는 직장이 없어서 1년여를 방황하다가, 20여년의 타올기술을 바탕으로 맨손으로 시작한 일이
지금의 타올자동봉제기계 제작업이다.
형님공장에 근무할때 전시회에서 얻은 카타록 한장으로 자동기계를 만들어 사용했던 그때의 도면을 정리하여
제작은 모두 하청작업으로 시작하였다. 지금도 모든 작업을 아웃소싱으로 제작하고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개최되는 섬유기계 전시회는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며 새로운 기계 개발에 내 마지막
정열을 태우고 있다.
일에는 해야하는 일, 할수 있는일, 그리고 하고싶은 일이 있다.
내가 하고있는 일은 세조건을 다갖추고 있어서 좋다.
국내에서는 수요가 별로 없는 자동봉제기계 제작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만들지 않았을때는 일본, 독일의 기계를 수입해서 사용했다.
이번에 어느 타올공장 사장님이 나더러 자동기계를 개발하고, 싸게 보급해 줘서 비싼 외국기계를
사지않아도 되어 고맙다고 말해주니 마음 한켠이 뿌듯함을 느꼈다.
기계만드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 이라 기계설계 단계부터 즐겁고, 만들때면 신이 난다.
그러나 국내 여건으로 중소기업인 타올공장은 앞으로도 더욱 규모가 작아질것 같아 내 마음 한켠이 허전해 온다.
내가 발뻗고 나아갈 길은 해외시장 밖에 없는것 같다.
지난 설에 인도네시아 바이어들을 만나고 왔는데 서서히 상담이 익어가는것 같다.
3월중순경에 파키스탄으로 기계조립, 시운전하러 가는길에 며칠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방콕 바이어
를 만나러 가야한다.
그래도 금년 신수가 좋은지 정초부터 슬슬 잘 풀려가는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나이 70이 다되어 가는데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냐 마는, 일하는 그 맛에 취해 하루하루가 즐겁다.
카라치 리포트-라마단 (0) | 2011.08.17 |
---|---|
상해 섬유기계전시회 (0) | 2011.06.30 |
입질하던 고기가 물려오는데...내 직업이 사랑스럽다. (0) | 2010.02.05 |
열정으로 수출은 했으나 엄청난 환차손에 우울하다. (0) | 2010.01.24 |
나도 이제 나이를 느낀다-파키스탄, 인도 출장기 (0) | 2009.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