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가는 가을이 아쉬워....머슥하고, 거슥하다.

master 42 2013. 11. 19. 21:46

 

 

 

지난 토요일(11/16), 인도에서 받은 봉제공장 자동화 프로젝트를 밤세워 설계하고 새벽녁에 잠들었다가 일요일(11/17) 11시가 넘어 일어났다.

샤워하고 아침겸 점심 먹고 나니 12시가 넘었다.

이러다가는 않되겠다 싶어 배낭꾸려 메고 앞산 등정에 나섰다.

송현동 청소년 수련원을 지나 오르기 시작했으나 얼마가지 못해 헉헉대기 시작한다.

오랜동안 체력단련을 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리 근육이 빠졌는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몸무게가 무거워 졌는지 걷는 걸음이 힘겨워 지기 시작한다.

 

능선에 오르는 중간 지점에 달서구청에서 만들어 놓은 멋진 계단에 쉬면서 낙동강쪽으로 보이는 시원한 경치를 감상한다.

보가 있어서 그런지 예전에는 말라보였던 강에 물이 많아 보이고 그 경치 또한 시원하게 보인다.

맑은 하늘과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훓터 내려 오며, 동곡 고향 방향을 보노라니 겨울이면 찾아올  철새들의 날개짖이 눈에 그려진다.

금빛 모래가 빛나던 낙동강 봉촌 강변에 철새들이 내려앉아 노니던 그곳, 그래서 마을 이름을 봉황이 노니던 봉촌(鳳村), 동곡(桐谷)이라 했겠지.

고향생각을 접고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하니 청룡산 쪽에서 햇살이 내려쬔다.

 

 

 

 

앞산 능선에 올라서니 대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로 팔공산이 보이고, 가산으로 해서 안동으로 넘어가는 재가 아스라이 느껴진다.

강창 방면의 신당동에 자리한 개명대학교가 보이고 강창을 향해 달리는 너울대는 산들의 능선길이 흐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 아래, 조야동 앞을 흐르는 금호강이 희끄무리하게 보이는듯이 느겨온다.

지금 발딛고 서 있는 이 산 바로 아래가 앞산의 정기가 뭉쳐 흐르는 안지랑골 아닌가.

안지랑골 왼쪽으로 무당골, 또 그 왼쪽으로 매자골...그러다가 달비골..., 안지랑골 오른쪽으로 큰골, 그 넘어로 고산골....

이 골자기들을 이어 요즘 앞산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많은 사람들이 걷고있다.

 

 

 

 

 

 

 

가는 가을이 너무 아쉬워 카메라에 담아 봤다.

DSLR 카메라를 메고 산을 오르려니 이제 이 나이에 힘겨워 그냥 스마트 폰 카메라로 찍었다.

디테일이 좀 머슥하지만 가을 경치는 그런데로 거슥해서 가을 맛이 듬뿍 뿜어져 보인다.

 

마지막 달려있는 역광에 빛나 보이는 단풍들이 너무 곱게 보여 한동안 걸음 멈추고 시선을 집중 시켜 즐긴다.

묘살철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그런데로 조용한 늦 가을이 좋다. 늦 단풍이 좋다.

오후 3시가 훌쩍 넘어가니 햇살이 역광으로 단풍을 곱게 보여준다.

보는 단풍 마다 붉디 붉고, 노르디 노르다.

그러니 가는 걸음이 멈춰지고 눈이 단풍에 호강한다.

 

마지막 이 나이,

가을을 정녕 보내기 싫다.

 

 

 

 

 

 

 앞산 능선길 마지막에서 달비골로 빠져 내려오는 단풍길은 정말 역광에 화려한다.

마지막 달려있는 단풍들이라 그런지 더욱 애처롭게 느껴 지고, 넘어가는 햇살을 더욱 보듬어 주고 싶다.

 

난 가을의 맛을 못 느끼고 이 가을을 그냥 보낼줄 알았는데

맛스런 가을이 먼데 있지않고, 내 바로 눈앞, 코 앞에 있는걸 오늘에야 본다.

 

가을, 가을이 그냥 가지 않는구나.

나를 이렇게 가을에 젖게 만들고 가는구나....

 

 

 

평안동산에서 달비골로 내려오는 하산길

 

 

달비골로 내려오는 하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