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0/26), 산악회에서 남설악산 흘림골로 가을이 지나가는 흔적을 찾으러 나섰다.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가을이 언제 왔는지 모르고 지냈는데 흘림골에는 벌써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나무는 단풍의 흔적만 남기고 몸을 가지런히 만들어 겨울 준비에 들어간 흔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단풍이 절정을 이룰때는 아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진행속도도 느려졌을것 같다.
무거운 DSLR카메라를 갖고 다니지 않으니 훨씬 짐이 가벼워 좋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똑딱이도 무거운지 스마트폰으로 가을 경치를 담는다.
사흘전 부터 뭔가를 잘못 먹었는지 설사를 했다.
아침에 나설때 아내가 걱정하는 말로 오늘은 가지말고 집에서 쉬어라며 엄청 말렸는데 그 소리도 뒤로 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 내려 흘림골로 들어서서 등선대를 향해 올라가는데 아내의 걱정이 맞고 지당한 말씀이라는걸 알았을때는 너무 늦었다.
급경사를 만날때 마다, 계단을 만날때 마다 정말 다리가 휘청거리는걸 느꼈다.
땀도 많이 흘렸지만 발걸음이 느려터져 올라가는 속도가 말이 아니다.
일행중 후미를 지키며 등선대에 올라서니 흘림골 입구에서 1시간 걸렸다.
모두들 등선대에 올라가자는데 난 그냥 주저앉아 일행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여러해 전에 왔을때 올라가 봤는데 ....
그동안 허기진 배를 체우며 원기를 회복하니 이제 부터는 하산 코스라 자신이 생기는것 같았다.
일행과 점심을 먹고 1시가 넘어 오색으로 출발하니 다리가 한결 가볍게 느껴진다.
올라올때 너무 힘이들어 금강문에서 매표소로 빠져 나갈려고 했으나 경치에 취해 오색약수터 까지 내려왔다.
5시간 걸렸다.
난 아직도 6, 7시간 정도 산을 타도 무릎이 아프지 않으니 다행인것 같다.
물론 등산을 시작할때 부터 스틱을 열심히 짚고 다녔고, 7시간 이상 종주할때는 무릎보호대를 준비해 갖고 다니며
장거리 하산에서 무릎을 보호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등선대가 하늘위로 까마득히 올려다 보인다.
너무 힘이 드니 등선대에 올라가는걸 포기했다.
여러해전에 올라가봤는데...아니면 다음에 또 오면되지 뭐...
등선대를 지나 내려오니 멀리로 점봉산이 보인다.
10년전, 백두대간 종주때 한계령에서 올라 점봉산, 단목령, 조침령으로 10시간 정도 걸었던 추억이 떠 올랐다.
그때가 지금 보다 10년이나 젊었으니 10여년 넘는 후배들과 같이 종주 할수 있었던것 같다.
흘림골 입구에 도착했을때가 11시가 다 되어 오르기 시작했으니 한낮의 내려비치는 햇살 때문에
사진들이 하나같이 희뿌였다.
카메라 워크의 골든타임은 등산때는 잊어야 하는데 그래도 많이 아쉽다.
주전골로 들어서니 오래전에 매미가 할퀴고 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곳은 완전히 겨울 풍경을 보느듯해서 좀 삭막한 풍경이다.
그래도 조금더 내려오니 아직 남아있는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멀리로 대청봉이 보인다.
백대간 종주때 한계령에서 출발하여 대청봉, 휘운각, 공룡능선, 비선대를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왔던 추억이 가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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