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에 들어 섰으니 우리 나이로 78살이 된다.
남미 파타고니아는 2008년 1월 9일에 한달간 걸었으니 이번 2019년 1월 4일 가는 파타고니아는 10년만에 두번째다.
지난해 7월 아이슬란드 트랙킹을 준비하고 있는데 10년전에 남미 트랙킹을 같이했던 친구 C형이 마지막으로 파타고니아를 다시 같이 가자며 청한다.
난 그 자리에서 서슴없이 "그래 가자!" 했다. 그러나 난 사업상 바쁘니 지난번 같이 모든 계획은 C형이 만들어 보라고 했다.
C형과 몇번 트랙킹을 다녀보니 계획을 이야기 하는것 부터 감성 까지 나와 비슷하여 쉽게 같이 다닐수 있는 친구다.
10년전에는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델 파이네, 우슈아이아, 모레노 빙하, 등등 이름난 곳만 차아 다녔는데 이번 길에는 지난번에 빠뜨렸던
피츠로이, 세로또레와 많은 트랙커들이 가지않는 중부, 북부 파타고니아의 잔잔한 감동과 소소한 행복을 주는 마을들을 찾아 다니기로 계획을 짰다.
세월이 흘러 이 나이가 되니 일상의 소소함에서 많은 행복을 얻고 느낀다.
한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행복을 잊고 사는것 같었지만 조용히 돌아보면
일상의 소소함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행복이 이제는 좀 큰 행복으로 느껴 오기도 한다.
내 삶의 천적 같은 지루하고 심심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려고 어쩌면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좀 부족한 느낌을 얻드레도 쉽게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살고 싶다.
C형과 약속은 해 놓고 그후 반년 가까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트랙킹도 다녀오고 사업상 바쁘게 지내다가 12월 부터 이번 트랙킹을 위해 몸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새해 1월 4일 우리 두 사람은 36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견뎌내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파타고니아의 팜파스는 넓디 넓게 펼쳐져 있고 불모지와 다름없는 무경작지와 사막이 많아 보인다.
엘 칼라파테에 내리니 비행장은 예전과 다름없고, 시내는 역시 관광객들로 붐빈다.
먼저 점심겸 저녁을 먹으러 아사도로 유명한 식당에 들어거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10년전에 왔을때의 그 맛을 느껴 보고싶은 마음으로 스테이크와 양고기를 시켰다.
스테이크는 좀 맛이 퍽퍽했으나 양고기는 좀 짜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혀끝을 만족 시켜준다.
10년 사이에 우리들이 좀 여유스러워 졌는지 이번 트랙킹 시작하고 부터 우리는 스테이크와 양고기 구이를 자주 먹었다.
엘 칼라파테의 중심이다.
많은 트랙커들이 만나고 술도 마시며 떠드는곳이다.
환전소도 있고, 유명한 아사도 식당도 카페도 있다.
모두들 이곳에서 함께 할때는 하나가 되는것 같아 보인다.
아렌헨티나에 오면 아사도를 많은 사람들은 먹는다.
그맛에 끌려가는가 보다.
직화로 구운것도 아닌 간접열로 구운맛이 이런것인가 ?
몽골 고비사막에서 맛본 허르헉의 맛과는 정반대의 맛이다.
엘 칼라파테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번 트랙킹 시작을 자축하는 건배를 들었다.
시작은 항상설레는것 같다.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것을 조사해서 이곳 까지 왔으니 시작이 반인것 같다.
아마 C형도 이번 트랙킹이 마지막일 거라며 감성에 젖는것 같아 보인다.
엘 칼라파테서 하루 자고 다음날 우리는 엘 찬텐으로 갔다.
숙소의 주인이 그곳 까지 버스비가 1인당 1만 페소 정도이니 3만 페소로 택시를 타고 가라고 권해서 첫날 부터 호사스럽게 택시를 탔다.
그런데 역시 믿을넘 하나 없다더니 역시 사기였다. 1인당 버스비는 2,500페소였으니 완전히 봉 잡혔다.
그래도 엘 찬텐으로 오면서 중간 중간에 자주 차를 세워 시원한 경치도 만끽하고, 사진을 많이 찍을수 있어서 좋았다.
이것도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
역시 파타고니아는 바람과 황량한 팜파스 벌판이다. 먼데로 펼쳐져 있는 구름 내려앉은 산과 들, 흐린 날씨,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니 정신을 차릴수 없다.
그래도 먼지없는 신선한 공기라 숨을 쉬니 속이 상큼하게 후련해진다.
한국에서 논고랑, 밭고랑, 굴곡진 돌담길 농촌길들을 봐왔던 우리가 우선 시원하게 펼쳐진 광활한 들판과 2차선이지만 곧게 늘어진 길을 보노라니
우선 자연은 자연스럽게 눈속에 들어온다.
어느 누구는 이 길을 달리는 것이 대자연과 함께 하는 인문학이라고 했는데 난 기하학 같이 느껴진다.
달리는 길도 선이니 ...두점간의 최단거리는 직선이라는 유크리트 기하학 같이....
끝없이 달리는 이 길을 보노라니 나를 잊어 버린다. 두고온 미완의 일들도 잊는다.
힐링이 따로 있나...그냥 대자연으로 달리면 힐링이지...
멀리로 펼쳐진 웅장한 산들...구름들...
그 광야를 지배할듯이 불어오는 파타고니아의 혹독한 바람....
점점이 피어있는 함께 걷는 야생화들이 여름을 잊은듯 고개 숙이고 있다.
파타고니아 어디를 가드레도 이렇게 자전거로 달리는 사람들을 본다.
친구, 연인, 부부, 가족들과 함께 달린다.
비포장, 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내리막, 오르막 길도 그냥 페달을 밟으며 달린다.
파타고니아를 다녀보면 그 아름다움이라는것에 익숙해 지기가 쉽지 않을것 같다.
태고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고,날씨 마저 변덕이 심해서 원시적인 삶을 즐기며 걷는
야생마적인 끌림이 있어야 하는것 같다.
사계절이 있고 언제나 변화무상한 날씨는 일기예보를 아예 무시해 버릴 정도다.
아침에 피츠로이봉 쪽으로 트랙킹 갈때 날씨가 화창해 보여서 숙소 주인한테 날씨가 좋다고 했더니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며 비옷을 준비해 가라고 한다.
그러나 비는 전혀 오지않고 하루 내내 날씨가 화창했다.
아르헨티나 소도시 엘 찰텐은 높은 설산과 빙하로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국립빙하공원이라 쓰인 간판앞에 같이간 친구 C형과 함께 한컷해 본다.
뒤로 엘 찬텐 마을이 보이고, 피츠로이봉이 구름속에 가려있다.
이제 부터 시작이다.
아르헨티나 로스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엘 찰텐. 산으로 둘러싸인 작지만 아름다운 마을 엘 찰텐은 매년 1월이면 전 세계 트래커와
산악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피츠로이(3,405m) 산의 입구이자 피츠로이로 향하는 베이스 캠프이기 때문.
피츠로이는 파타고니아의 최고봉으로 원주민들은 산 정상에서 기류들이 충돌해 공기가 뭉쳐지는 모습이 마치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것 같다 하여
연기를 뿜어내는 산이라는 뜻의 '엘 찰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세가 험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강풍으로 등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웅장하고도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전 세계 산악인들을 매료시킨다.
엘 찬텐에 숙소를 정하고 오후 먼저 내일 올라갈 피츠로이봉 트랙킹을 위해 가까운 곳으로 먼저 몸만들기 산행을 나섰다.
엘 찬텐에서 가까운 독수리(콘도르)봉과 Aguilas봉으로 향했다. 독수리봉에서 내려다 보는 엘 찬텐은 아주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다.
그러나 어딜가나 온통 피츠로이봉과 세로또레봉으로 유명하다. 시내 거리도 물론이려니와 식당 어딜 가도 이걸로 장식되어있다.
시내에서 피츠로이봉이 보인다. 독수리봉에서도, Aguilas봉에서도 보인다.
바람이 엄청 강하게 부는데도 Aguilas봉에서 한동안 머물며 피츠로봉을 카메라에 담았다.
구름이 걸려있어서 만족스럽지는 못했으나 내일을 기대하며 내려왔다.
내려오며 산행길에 벗하며 걷는 이곳 야생화들을 담아왔다.
엘 찬텐 마을을 지나 독수리봉으로 들어서는데 입구에 안내 입간판이 보인다.
독수리봉 까지 1 km, Aguilas봉 까지 2 km란다.
그런데 바로 그 아래에 Tumbado 까지 10km 라고 쓰여 있는데 눈이 꽂히고,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이 살아난다.
그렇다, 바로 세로또레봉으로 가서 봉우리를 보는것 보다 Tumbado로 올라가서 보면 세로또레는 물론 피츠로이봉 까지 한눈에 볼수 있다고 한다.
C형과 난 내일 피츠로이봉을 봉고 다음날 Tumbado로 올라가서 세로또레와 피츠로이를 보자고 했다.
그후 4시간 걸려서 그곳을 올라갔을때 탁월한 판단과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독수리봉에서 바라본 엘찬텐 마을의 정경이다.
Aguilas봉에서 바라본 피츠로이봉의 장엄한 모습이다.
구름이 붙어 있어서 봉우리의 확실한 모습을 볼수는 없으나 송곳니 이빨 같은 형상이다.
멀리서, 아니면 가까이서 산사진을 찍노라면 낮중에는 산바람이 불어 많은 구름을 봉우리쪽으로 몰아가서 얹혀 머무물때는 구름이 내려가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른 아침 일출이 일어날때는 얹혀있는 구름을 완전히 몰아 보내어 바위 봉우리만의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구름 한점없는 광경은 너무 심플해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름을 기다리기도 한다.
산과 자연이 주는 모습들을 보면 모두 양면성을 갖고 있는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원하게 맑은 산을 바라보며 확 트인 가슴을 열어 보인다.
파타고니아의 길을 걷다보면 길 양옆으로 핀 야생화들은 우리들과 동무가 된다.
그냥 지나쳐 버릴수도 있으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어서 트랙커들의 눈을 잡아 당긴다.
그래서 사진에 담아와 살펴보면 그 아름다움에 쉽게 빠져 들기도 한다.
또 야생화를 좋아하는 친구들 한테 품고 온 선물로 내어 놓기도 한다.
난 이 꽃의 이름을 모른다.
파타고니아의 산과 들을 걷노라면 많이 보이는 쫓이다.
어쩌면 한국 산의 칡덩굴 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곳은 온 산을 덮고 있는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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