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남미 2차 파타고니아

남미2차 파타고니아 트랙킹-나무로 된 마을 Caleta Tortel(까레타토르텔)

master 42 2019. 2. 4. 14:21




2019년 새해 14, 우리 두 사람은 36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견뎌내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거쳐 

엘 칼라파테에서 하룻밤을 묵고 엘 찬텐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피츠로이와 세로토레를 오르기위해 많은 트랙커들이

모이는 곳이다.

다음날 17, 10시간 걸려 피츠로이 등산을 마치고, 다음날  1월 8일 Tumbado에 올라 피츠로이와 세로토레의 파노라마

경치를 보고 9시간 등산한 후 엘 찬텐에서 저녁 먹고 9 심야 버스로  칠레로 향했다.

이틀간의 산행으로 피로했던지, 나이(78) 탓이었던지 아르헨티나 국경 마을 로스안티고스 까지 10시간 동안

버스의 흔들림 속에서도 내내 잠자며 왔다.

중간 휴게소에서 쉴 때 바깥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19, 날이 밝아오고 부터는 General Carrera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려 아침 740분 로스안티고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시 칠레의 국경도시 칠레치코(Chile Chico)로 넘어와서 다음 날의 일정을 위해 5시간 기다려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버스로 5시간 비포장도로를 달려 Cochrane에 오후 9시에 도착했다.

이 버스는 일주일에 두 번 다니는 버스인데 긴 시간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지 우리가 이 버스를 타게 되어서 일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늦은 밤 9시에 Cochrane에 도착하니 백야 현상으로 훤하지만 모든 상점, 식당들이 문을 닫아 작은 시골 도시는 조용한 밤이었다. 그래도 타고 온 버스 기사한테 우리가 묵을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알았다며 숙소 집 문 앞 까지 데려다 주어 정말 고마웠다.

그 옛날(1950, 60년대), 우리들이 버스나 지나가던 트럭을 얻어 타고 시골 갔을 때 운전기사님들이 고향집 앞에 내려줬던 생각이 든다. 이곳 칠레의 작은 마을에서 그 옛날의 우리들이 잊고 살았던 정이 넘치는 넉넉한 인심을 봤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깊숙한 작은 마을들을 찾아 다니면서 이런 감격스러운 인심을 여러 번 만났다.

아나로그 시대 이전 트란지스터 시대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따뜻한 인심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이날 밤 우리들은 갖고 간 마지막 컵 라면으로 저녁을 먹었다.


 




 

Chile Chico에서 Cochrane 까지 5시간 달린 이 비포장도로는 칠레의 Los Lagos주의 주도 Puerto Montt에서 Aysen 주의

작은 어촌마을 Caleta Tortel 까지 1,240km Carretera Austral 7번 국도다.

독재자 피노체트 당시에 착공되었지만 아직도 비포장도로 구간이 많으나 계속 공사를 하고 있다.

Cochrane으로 가는 길은 2차선 비포장인데도 노면 상태는 좋아 보인다.

엘 찬텐 지역이나 엘 칼라파테 지역의 넓은 들판은 비경작 지역이지만 이곳 칠레는 모두 목축업을 많이 하고 있다.

 

10년전에 우리는 비행기 타고 우슈아이아, 토레스 델 파이네, 모레노 빙하등  크게 한바퀴 파타고니아를 둘러보고

이과수 폭포, 우유니 소금 사막 까지 한달간 트랙킹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계획하고 온 중부, 북부 파타고니아의 지금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들이다.

이곳은 이렇게 불편한 버스를 이용하여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길을 많은 시간동안 달려야 한다.


아니면 발이나 몸으로 떼워야 하고 배낭을 짊어지거나 불편한 교통수단에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돈 많이있는 

편안한 여행을 찾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코스는 패키지여행 상품도 없고, 또 그 길을 따라 가면 숙박 시설 또한 허술하고 불편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자연이 주는 포근함과 따뜻한 인심들이 우리들을 반겨주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런게 마음에 들어서 이곳을 찾아오게 되었다. 원주민 외에 여행자들도 많이 오지 않으니 자연이

파괴 되거나 혼란스럽지 않고, 자연 그데로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관광지라면 우선 편리성을 위해 부수고, 새로 건물들을 올리고, 올레길, 둘레길...등등을 만들어 자연이

서서히 망가져 가고,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걸 우리들은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마을들 가까이에 모두 맑은 강물이 흐르고, 숲도 자연이 살아 숨쉬고, 들꽃들은 지천에 피어있다.

강에는 물길을 막은 보도 없고, 개천 까지도 둑을 만들어 물길을 막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억지 논리도 없다.

강물이, 개울물이 썩어 가지 않고, 언제나 빙하 녹은 맑은 물이 흐른다.

그 옆으로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고 살아 숨쉬고 있으니 우리들은 옛 고향에 온듯한

느낌이라 감탄사만 연발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느낌, 시간을 과거로 돌려 놓은것 같다.

    




 

이곳 주민들은 모두 난방을 위해 난로에 장작을 땐다.

그 옛날 우리가 그랬듯이 활활 타는 장작불은 언제나 정겹다.

그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보니 별장에 온 느낌이 든다.

집집마다 난로에 불을 때기위해 장작을 그득히 쌓아두고 있다.

연통으로 올라오는 연기는 낮게 깔려 마을로 퍼져 나가고 우린 그 연기를 보며 아름다웠던 옛날의 향기를 마신다.

 

주인집 아줌마는 조용하고 지적인 모습이다.

저녁 늦게 까지 빵을 만들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손님들이 아침을 먹기 바로 전에 빵을 구워 따끈한 빵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 또 손님들이 식탁에 앉기(아침 7미리 전에 난로를 지펴 거실을 훈훈하게 해 둔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지어준 따뜻한 밥을 먹었던 그때 생각이 불현듯 난다.


주인아줌마가 차려준 아침을 든든히 먹고 버스 터미널로 나간다.

숙소앞을 지나는 보도 양옆으로 웃자란 풀도, 피어있는 야생화도 너무 자연스럽게 보인다.

역시 파타고니아라 그런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이 마을에는 택시가 없어서 터미널 까지 걸어서 갔다.

역시 터미널 안에도 철판으로 만든 난로에 장작이 타고 있다.

장작 타는 냄새와 온기가 터미널 안으로 꽉 차게 퍼져있다.







 

(110), Caleta Tortel로 가는 길은 역시 비포장 길 7번국도 Carretera Austral을 달려가다가 Tortel 까지 얼마남지 않는

Baker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살짝 벗어나서 X-904도로를 탄다.

08:30분 출발한 버스는 승객이 7, 8명 정도다. 달려가는 길 양옆으로 숲길이 나오고, 먼 산에 만년설이 얹혀 있는 풍경이다.

자주  야생동물들이 길을 건너 뛰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곳에서는 지나가는 차에 치어 죽은 야생동물의 시체도 보였다. 군데군데 목장을 볼 수 있다.

거칠게 흐르는 강물은 빙하와 눈 녹은 물이 탁한 옥색을 띈다.


비포장인 7번국도 주변에는 많은 볼거리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널려 있다.

만약 이 도로가 완전 포장 된다면 파타고니아는 큰 몸살을 앓을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청정 지역인 이곳으로 여행자는 물론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면 본래의 모습들은 많이 사라지고 자연은

서서히 괴롭힘을 당하고 파괴될 것 같아 보인다.











 

파타고니아의 어느 길 위에서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 라이더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라이더들은 먼지 나는 비포장 길도, 힘 드는 경사로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린다.

혼자 달리는 사람도 있고, 몇몇 사람들이 함께 달리기도 한다.

어느 때는 아이들도 작은 자전거로 함께 달리는 가족단위로 움직이는 모습도, 부부도 있다.


야영하는 장비,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하는 수리장비, , 침낭 모두를 자전거에 싣고 달린다.

내가 조금만 더 젊다면....

나도 불현듯 자전거를 타 보고 싶은 건방진 충동을 느낀다.










 

이 비포장도로는 오른쪽으로 Rio Baker강과 이중주를 이루며 Caleta Tortel에 이른다.

만년설과 눈녹은 물이 탁한 옥색빛을 띄는 Rio Baker강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래톱도 보이지 않더니

하류로 내려오니 넓어지고 모래톱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물이 흐르는 것조차 막고 있는데, 이곳은 가는데 마다 우리는 항상 

물이 철철 넘치는 축복의 강을 본다.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서 밤 세워 달려 Chile Chico에 도착했고, 또 쉬지 않고 비포장 길을 달려 찾아와 Cochrane에 머물고,

오늘 달려온 Cochrane - Caleta Tortel 구간의 지도다.



 

Baker강과 눈덮인 산과 함께 동무하며 달려오니 끝에는 Tortel 마을에 이르고

빙하가 만든 피요르드식 어촌 항구에 다다른다.

이 작은 마을은 처음에는 이곳 주위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 만든 항구였다.

요즘은 페리보트도 드나드는 항구로 발전되었다.








 

이곳은 초등학교도, 관공서도, 우체국도, 관광 안내소도 .... 물론 모두 나무로 지었다.

벽체는 처음에는 초벌로 니스나 페인트로 마감한 흔적이 보이나 대부분은 그냥 나무 그대로 두어서

나무의 색갈이 세월을 따라 익어 가는 자연스런 풍경들이다.

 

노랗던 나무가 세월에 익어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그곳에 무수히 이어지는 이끼 무늬를 보노라면 난 이곳에서 나를 잊어버린다.

나의 중학교시절이 생각난다. 어느 해 추석, 사라호 태풍이 지나가고 길게 둘러친 판자 담 벽락이 힘없이 무너졌던 그 광경을....그 후 그 판자 담벼락은 흙 블록 담으로 변했고, 여러 해가 지나 시멘트 벽돌담으로 변했다.


그때의 그 나무판자 담벼락이 싱싱하게 여기 서있다.






 

우리 두 사람은 가까운 작은 마을로 소풍 나온 기분으로 목적없이 돌아다닌다.

어느 영화에 나오는 동화 나라에 온듯한 느낌도, 금방 마법의 세계에 온듯한 느낌도 자연스레 혼입되어 눈에 익어간다.

우리는 서서히 이 소풍 길에 익어가고 새로운 풍경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 소풍길이 이렇게 시작하더니 화려한 끝마무리 까지 이어진다.


나무로 만든 보도, 손잡이 안전 난간대, 그리고 원목판으로 사람 무게를 지탱하고 남을 두꺼운 계단 발판들...

모두가 나무고 튼튼해 보인다.

노오랗던 벽체 판자가 서서히 세월에 익어 변해가는 색갈의 모습도, 판자 밑으로 부터 거므스름하게 퇴색해

위로 올라가는 모습들...옛날 우리들이 살았던 판자 집이 낡게 변해가지만 돈이 없어서 수리하지 못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여기는 나무로 만든 살아있는 마을 이다.

걸을때 마다 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닥아오고 스며 드는것 같아 기분이 참 좋은 마을길 이다.

 





 

 

집 바깥 벽체는 나무로 고기비늘 같은 모형으로 만들어 부쳤고, 지붕도 한국의 너와지붕 같은 모형이다.

이곳의 특색있는 건축 양식이라고 한다.

이 건축 양식은 며칠 후 찾어갔던 칠로에(Chiloe) 섬에서 극치를 이룬다.

호텔도, 레스토랑도 같은 양식으로 지었고, 또 새로 짖는 집들도 같은 건축 양식이다.



초등학교 건물







이 나무로 만든 친환경 마을은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고, 한가롭고 여유로워 보인다.

작은 마당에 나무도 심겨져 있고, 꽃도 피니 여느 도시의 집들과 다름이 없다.

가제도구도커텐장식도, 가전제품도 다 갖추고 산다. 아나로그 마을 같이 보이지만 디지털 마을로 변신해 가며 살아간다.


레스토랑에서는 언제나 와이파이가 무료로 서어비스 되고 있으니 흙먼지, 바람속을 터덜거리는 버스를 타고 온 이 나그네에게 주는 디지털의 선물인것 같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난 보도가 옥색 바다와 피요르드 해안이 어울려져 만나는 그곳으로 우리를 빨려들게 한다










 

우린 이곳을 걸으면서 잃어버렸던 세월을 낚고, 잊고 있던 여유를 한가롭게 즐기고 있다.

이 포구에서 더 나아갈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이 배들, 물이 들어오면 떠날 수 있는 준비된 배, 수리를 기다리는 배....

모두가 이 나그네와 같은 모습으로 정,중동 상태로 보인다.

우리도 버스 떠날 때 까지 광장으로 가서 기다리는 버스를 타면 되고, 배고프면 레스토랑에서 시켜 먹으면 된다.

우린 한적한 포구 한켠에서 우리들 여행길의 피곤을 나른하게 내려놓는다.

 

포구에 얹어져 있는 배, 말뚝에 매여있는 작은 배들의 무표정한 모습을 읽으며 이제는 쉬어야 한다는 걸 넌지시 짐작한다.

이곳이 두 번 다시 찾기 힘든 곳, 우리들 여정에서 다시 한번 밖에 없는 소풍장소고 힐링을 주는 마을이라는 걸 안다.

이 작은 어촌 마을 해변을 모두 가슴에 담으면 내 마음속이 뻥 뚫릴것 같다.












해안 보도길을 따라 걷노라니 옥색 바다를 품은 피요르드 해안 언덕에 자리한 레스토랑에 앉는다.

내려다보니 그림엽서에나 나올 것 같이 아담한 선상 방가로(?)가 내려다보인다.

연어 구이를 시키고, 수제 생맥주를 시켜 오늘 소풍 길에서 얻은 행운을 자축한다.


여행계획을 세워 막상 현지에 도착하고 보면 우리들은 언제나 덤으로 많은걸 얻어간다.

저 아름다운 자연 풍광 속에서 한동안 살고 싶어지는 욕심이 일어나고, 돌아가면 이 아름다운 자연의 꿈같은 풍경들을

어떻게 필설로 표현해야 할지 ....

 





 

아침에 우릴 데리고 온 운전기사는 기다렸다가 오후 4시에 다시 Cochrane으로 돌아간다.

이곳에 도착 했을 때 우리는 미리 돌아가는 버스표를 사뒀는데 돌아가는 손님은 다섯 사람 뿐 이다.

마을 사람이 운전기사한테 포장한 박스를 전해 주며 어느 마을 정류소에서 기다리는 누구한테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또 어느 마을을 지날 때 많은 짐을 실어도 불평하지 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실어준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인정이 넘치는 운전기사다.

오후 630분에 Cochrane에 도착하여 마을을 돌아보니 변변한 식당이 보이지 않아 잡동사니를 파는 수퍼에서

소개해 주는 이 마을 유일한 식당에서 포크 스테이크를 먹으며 맥주로 하루의 피로를 날렸다.

 

내일은 Tranquilo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