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추억 찾아 나선 백두대간 마루금

master 42 2020. 7. 4. 18:22

 

2003. 11. 02 백두대간 마루금 종주는 지리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장장 110개월, 43구간으로 종주를 마쳤다. 평균 걷는 시간은 8시간, 긴 코스는 14시간이었다.

진갑 나이에 시작해서 64살에 종주를 마쳤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한참 젊었을(?) 때 다.

그 후 그때 백두대간 마루금을 같이 걸었던 동료들은 자주 만나 등산도 즐겨했고 서로의 길흉사에도 참석하며

그 유대를 끈끈이 이어왔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세월 속에 우리들의 뇌리 속에 변하지 않는 추억이 우리들을 결집시키는 힘이 되는 것 같다.

 

몇 달 전, 등산을 마치고 하산주를 즐기던 중에 어느 한 분의 제안으로 백두대간 마루금을 넘나드는 힘들었던

고갯길()을 찾아 그때의 추억을 즐겨 보자고 했다. 그 각고와 눈물겹던 고난의 발자취를 다시 한번 찾아

차가 오를 수 있는 대간과 잊을 수 없는 곳 들을 찾아 추억을 되새김하면서 삶의 희열을 다시 느껴 보자고 했다.

지난달 마지막 일요일(5/31), 지리산 성삼재부터 시작하여 찾아 나섰다.

마이크로버스 한 대를 렌트해서 다니니 찾아가는 곳의 지리도 잘 알아 편리했다.

차 안 풍경은 언제나 형님, 동생이고 백두대간 종주 때 겪었던 고생담으로 시작해서 고생담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언제나 풍성했다.

 

첫날의 일정은 08:00 대구를 출발해서 성삼재, 정령치, 여원치, 매요리, 복성이재, 중재, 무릉고개, 육십령, 황점, 송계사,

빼재, 금봉암, 덕산재를 끝으로 대구를 돌아온다(18:00).

이곳들은 모두 걷는 데는 반년이 넘게 걸렸던 코스다. 늦은 가을부터 시작해서 내내 겨울 눈 속을 걸었다.

마지막 덕유산 구간의 눈 속을 걸을 때는 칼바람 속을 이겨내며 힘들게 걸었던 추억도 있다.

 

 

 

 

두 번째 추억 찾아 나선 날은 6/28, 대구(08:00)를 출발해서 김천시 부항면에 있는 해인리에 도착하여 삼도봉 골을

따라 올라 충북, 전북, 경북 삼도가 만나는 삼도봉(1171m)에 도착했다.

이번 두 번째 답사부터 꼭 두 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고 추억 찾아 나서기로 했다.

삼도봉은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나는 길목이고 북행하면 황악산, 우두령을 지나 괘방령,, 추풍령으로 이어진다.

2004년 봄에 충북 물한리에서 올라와 삼마 골재를 거쳐 괘방령으로 22.3km10시간 넘게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삼도봉을 올라가며 모두들 나이가 들어가니 산행 속도가 느려지고 힘이 든다고 아우성이다.

17년 전 그때 힘 있게 올라 다녔던 산행을 생각하며 즐거웠던 2시간 정도의 산행이었다.

삼도봉에서 내려와 우두령을 거쳐 괘방령에서 점심을 먹고, 추풍령, 갈현 고개, 큰 재, 개머리재를 거쳐 마지막

화령재에 도착했다.

2004년 여름에 이곳을 지날 때 주위에 산더덕이 많아 몇 뿌리 캤던 기억이 났다.

 

성삼재에서부터 상주 화령재 까지 오면서 시골, 산골 마을들이 몰라보게 많이 변했다.

산천이 두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니 그 옛날 백두대간 마루금을 걸었던 우리들도 변했고, 산천도 변했다.

비 포장도로는 모두 포장되어 있고, 구불구불 올라가던 고갯길은 그 아래로 터널이 뚫려있다.

끊어졌던 고갯길의 야생동물 생태 통행로가 번듯하게 세워져 있고, 그곳으로는 등산객들은 다닐 수 없게 했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는 등산로도 많이 변해있고 정비되어 있다. 그 옛날에는 길을 잘못 들어 한두 시간 알바도 했다.

험한 곳은 대부분 계단을 만들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시설을 해 두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만큼 관심을 두고 등산길을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우리나라가 잘 사는 증거란다.

그러나 요즘 백두대간 길은 자연보호를 위한 조치로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다고 한다.

 

 

                  17년이 지난 지금의 내 모습, 좀 많이 망가진 것 같기도 하지만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2004년 봄, 같은 삼도봉에서 찍은 내 모습입니다.

 

 

 

 

 

위의 사진은 2003년 가을, 지리산 삼도봉에서 찍은 사진 입니다. 그때만 해도 패기가 많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