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까이 대상포진으로 엄청 고생했다.
주위에서 대상포진을 앓았던 사람들한테서 대상포진 예방 접종받으라고 종종 권고를 받았으나 난 고등학교 때 앓았기 때문에 면역이 생겨서 괜찮다며 지내왔다. 그런데 한 달 전, 몸이 좀 뻐근하고 왼쪽 허리와 갈비뼈 쪽에 통증을 느꼈다. 지난 일요일에 등산 다녀와서 근육통이 생겨서 그런가 싶어 곧 풀리겠지 하며 맨손체조를 하며 지냈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허리 쪽에서 발진이 일어나고 통증을 느껴오니 덜컥 겁이 났다. 고등학교 때 앓았던 대상포진이 얼른 생각났다. 그때는 나이도 젊었고 원기도 왕성했으니 스테로이드 주사 한 대 맞고 쉽게 좋아졌지만 그 후 40, 50대 이후 주위의 친구들이 이 병에 걸려 몹시 힘들게 앓았던 기억을 생각하니 겁부터 났다.
즉시 피부과를 개원하고 있는 후배를 찾아갔다. 돋보기로 발진된 피부를 검진 하더니 대상포진이라며 많이 아플거라며 걱정부터 해 준다.
처방된 약을 먹고, 바르며 콕콕 찔러대는 통증을 참고 참으며 일주일을 보냈고 또 다른 처방으로 치료하니 서서히 발진도 아물어져 가고 통증도 조금 좋아지기 시작했다. 통증이 셋째 주부터 서서히 차도가 보였지만 그래도 밤에 잠잘 때 엄습하는 통증은 공포 그 자체다. 킹사이즈 침대위를 통증에 힘겨워 딩굴었고, 통증의 후유증으로 몸무게 4kg이 빠졌다. 살보다 근육이 빠져나갔다. 이 나이에 근육이 빠져나가니 겁이 난다. 이제 좋아하는 등산도 못 할 것 같다.
4주가 지난 오늘 통증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고 하니 원장님은 이제 끝이 보인다며 마지막까지 더 주의해서 치료에 임해 달라고 했다.
6월24일, 파키스탄으로 출장 갈려고 한다니 보름치 약을 처방해 주며 몇 가지 주의 당부를 해 줬다. 그 당부 중에 꼭 지켜야 할 당부는 금주다.
난 아직도 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을 때 반주를 즐겨 마신다. 대상포진 발병 후 지금까지 즐겨 마시던 반주를 멀리했는데 이번 해외 출장 때는 긴 비행 시간을 와인, 그리고 위스키 언더 락을 즐기며 갈려고 했는데...
이제부터 나도 나이가 많이 든 노인이라 걸 실감하고 있다. 며칠 전 친구들 계모임에 빠졌더니 친한 친구가 전화로 “이제부터 노인스럽게 살아라”하던 말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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