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변 이야기

방글라데시 리포트

master 42 2022. 10. 10. 17:18

내 왼쪽 옆으로 재단기 운전자, 그 왼쪽이 전기기사다. 이 친구가 아주 똑똑한것 같다.

추석쇠고 915일 방글라데시로 출국하여 25일 돌아왔다. 방글라데시는 코로나 검역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많이 완화되어서 백신접종 확인서만 있으면 입, 출국이 전혀 어렵지 않아서 좋았다. 방글라데시 입, 출국 심사때 4차 까지 접종한 백신확인서를 본 담당자가 “PERFECT”라고 하며 엄지척을 보여줬다. 바이어가 예약해 둔 호텔은 중국계 호텔인데 새벽 2시가 넘어 도착해서 안내된 방은 우릴 엄청 실망시켰다. 침대위에 모기장이 처져있고, 방구석으로 바퀴벌레가 몇 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침에 나온 식사는 죽, 계란, 장아찌 정도로 중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조반식이다. 그것도 식당이 아니라 방안으로 갖고온다. 조반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에이전트한테 연락하여 다른 호텔로 옮겨 주지 않으면 짐 챙겨 돌아가야겠다며 으름장을 쳤다.

에이전트가 즉시 왔고 곧 바로 다른 일본계 호텔로 옮겼다. 일본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과 완전히 닮은 호텔이다. 오후에 내 기계가 납품된 공장으로 가서 짐 풀고 기계를 제자리에 놓았다. 다음날부터 공장에서 추천한 운전자를 가르키며 시운전을 시작했다. 먼저 자동 절단기의 운전방법을 터치스크린에 있는 작동 보턴 부터 설명하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윗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초등학교만 졸업해서 그렇다며 영어를 할 줄 아는 작업자를 붙여 주는데 전기 담당자였다. 공업고등학교 전기과 출신으로 내가 설명해 주는 부분에 대해서 금방 이해하고, 기계 2대를 운전하고 익히는데 각각 2시간 정도 걸렸다. 역시 전기부분을 다루니 자동화 기계장치의 원리를 빨리 이해한다.

 

내 기계를 설치했던 기술자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믿음직 스러웠다.

다음날부터 전기기사와 운전자를 같이 자동재단기를 훈련시켜 운전자한테 운전하라고 맡기고, 자동봉제기 운전자 훈련을 시작했다. 운전자는 50 나이인데 초등학교만 졸업한 돋보기 없으면 미싱에 실을 꿸 수 없는 노인급(?)이다. 자동봉제기는 재단기와 달리 터치스크린에 자동운전용 보턴이 몇개 더 있다. 그래도 설명해 주는 원리만 이해한다면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 운전자는 다음날 기계위에 올라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는지 몰라 멍뚱이 내게 시선을 돌린다. 다시 내가 시작부터 가르켜 주며 하루를 보내고 나니 않되겠다 싶어, 다시 전기기사를 불러 가르켜 주니 쉽게 이해하고 익히는데 2시간도 안 걸렸다. 남은 5일 동안 전기기사와 두 운전자를 훈련 시키는데 아침 830분에 출근하여 저녁 8시까지 힘들여 일했다. 방글라데시는 한국의 60년대 말이나 70년대 초반 정도 수준으로 보였다. 공장에 일하는 사람들은 학력 수준이 낮아서 자동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게 수동작업을 하고 있다. 또 노동력이 많아 저임금에,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옛날에는 그랬다. 우리나라 60년대, 70년대가 생각났다.

돌아오기 이틀전, 그곳 사장과 간부들, 그리고 운전자들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사장이 운전자들 한테 자신있냐고 물으니 모두들 자신있다는 확답을 한다. 그런데 사장은 나에게 3일만 더 훈련 시켜 달라고 한다. 난 단호히 안된다고 했다. 돌아가면 다른 나라에 가서 또 기계설치와 운전훈련을 시켜줘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러면서 내 나이가 지금 네번째 20살 이지만 귀국 전날까지 이틀간 24시간 훈련 시키겠으니 준비해 달라고 했다. 사장은 나를 보며 내 나이에 놀라더니 한참 동안 웃었다. 그날부터 이틀밤 늦게 까지(23:00) 훈련시키고 924일 귀국했다. 방글라데시를 탈출하는 기분이었다. 며칠전에 소식 들으니 내 기계 2대는 잘 돌아가고 있단다. 그곳 간부들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기계는 완벽한데 운전자와 공장의 준비상태가 모자란다

아마 서서히 방글라데시 시장도 내게 열릴 조짐이 보인다.     

! 그런데 내게 닥아 오는 석양이 깊어가고 있다.

 

내 손녀 보다 더 나이가 적은 봉제부에서 일하는 18세된 여공이다. 작업복이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지 모두 무슬림 옷 차림으로 일한다. 키가 작다. 12시간 일하고나면 바나나 한개, 빵 한개씩을 준다. 내가 늦게 까지 일하고 있으니 내게 닥아와 시장하게 보였는지 바나나, 빵을 건네주며 먹으란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착해 보여서 사진 같이 찍었다. 다음날 줄게 없어서 갖고간 FC94마스크 10장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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