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오른쪽으로 부터 머리봉인데 머리카락을 뒤로 펼쳐놓은 모습이다. 코, 입, 유방이 보이고, 임신한 배가 불룩하게 보인다.
대구에서 광주로 가는 중간에 거창이 있고 고속도로에 가조 휴게소가 있다. 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릴 때면 가조 휴게소에서 건너로 마주 보이는 미녀봉을 보았고 그때마다 꼭 저 봉오리를 한번 올라가고 싶어 했다. 거창군에는 높은 산들이 많다. 그리고 오랫동안 등산을 했기에 그곳의 많은 산들은 거의 올라가 봤다. 그런데 미녀봉만은 올라가 보지 않아 언젠가는 꼭 가 보고 싶은 산이었다. 몇 년 전에 요즘 같이 등산 다니는 백두대간 같이 종주했던 후배들(70~82세)한테 미녀봉을 같이 등산하자고 했더니 “형님, 그 산, 경사가 너무 급해서 이제 우리 나이에는 무리입니다” 단칼에 거절 당했다. 그리고 난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산대장이 카톡으로 미녀봉 가지 않겠느냐는 문자를 받고 얼른 가자며 답을 보냈다. 매주 토요일 마다 별 사정이 없으면 백두대간을 같이 종주했던 후배들과 가까운 산으로 등산 다녔는데 험하지 않고 두,세시간 정도 걸리는 산으로 다녔다. 그런데 작년 연말부터 개인적인 사정이 많은지 등산을 하지 않게 되었다. 산대장(80)이 등산하고 싶어서 그런지 나 보고 등산 가자며 미녀봉을 제안하며 꼬신다. 1월 1일, 갓바위로 등산 다녀 왔으나 또 미녀봉이라는 말에 혹하여 오늘 아침 8시 30분에 만나 거창으로 달렸다. 1시간 만에 가조면 음기 마을에 도착하여 주차 시키니 9시 30분, 즉시 미녀봉을 향해 출발했다. 맑은 날씨지만 차거운 바람이 분다.
그런데 산에 들어서니 어제 저녁에 온 눈으로 길에 잔설이 깔려 있다. 아이젠이 없으니 좀 걱정이 되나 어쩔 수 없이 그냥 진행했다. 평탄한 길로 30분 정도 올라가니 유방샘이 나오고 곧이어 급경사(70도 정도) 코스가 시작되고 잔설이 많이 깔려있다. 그러나 낙엽위에 잔설이 깔려 있어서 크게 미끄럽지 않으나 아이젠이 없으니 주의해서 걸으니 산행시간이 느려진다. 미녀봉은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이라 봉우리 마다의 이름이 신체부위와 같다. 힘들게 능선에 올라서니 머리봉(11:30) 부터는 암능 구간이다. 눈썹바위, 코바위, 입바위, 유방봉(12:00)을 거쳐 헬기장(12:20)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 출발하여 805봉을 거쳐 미녀봉 정상(문재산)(933m)에 도착하니 13:20이다. 정상에서 조망해 보니 가조 분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왼쪽으로 보해산,우두산, 비계산이 보이고 멀리로 덕유산, 가야산이 보인다.
정상에서 다시 805봉을 거쳐 하산하는데 내려오는 길이 급경사다. 그리고 낙엽 위에 잔설이 많이 깔려 있어서 미끄럽고 위험하다. 안전 설비로 로프를 설치해 두어 잡고 내려오나 워낙 미끄러워 힘들게 내려왔다. 유방샘(14:30)을 거쳐 주차장에 오니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5시간 30분 걸려서 안전하게 내려왔다. 산대장의 안내로 아마 평생 올라오지 못했을 미녀봉으로 등산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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