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제39차 백두대간 구간종주-즐거운 우중산행

master 42 2005. 7. 4. 11:10

일시 : 2005. 07. 03 (일요일)
구간 : 건의령-덕항산-황장산-댓재
구간거리 : 19.7km
장마비가 크게 내리겠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도 우리들 일행은 하루전에 백두대간 제 39차 
구간 종주를 강행 하기로 한다.
지금 까지 백두대간 산행을 하는 동안에 한번도 비를 맞아 보았거나 눈보라를 맞고 등산을 
해 보지 않아서 이번을 기회로 보너스 구간인 건의령-댓재 구간(19.7km)에서 우중 산행의
맛을 보자고 합의하고 7월3일 아침 04:30 고속도로에 올라 떠난다.
떠날때 비가 그리 오지도 않으니 모두들 기분이 들떠 있다.
태백시 가까이서 준비해간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고 건의령에 도착하니 비가 약간 
내리기 시작한다.
차안에서 미리 준비한 옷차림으로 판초우의를 입고 건의령을 출발하니 09:05분이다.
건의령(巾衣嶺)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뀔 때 고려의 유신들이 이 고개를 
넘어가면서 갓과 망건을 벗어 던졌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국립지리원 발행 지도에는 寒衣嶺으로 되어 있음). 
다 허물어져가는 ‘백인교군자당’이라는 당집도 있다.
 

오늘 오르는 코스는 산불예방 차원에 국립공원 출입이 통제되어 남겨두었던 쉬운 코스다. 비가 오니 날씨가 선선해서 그리 더운감을 느끼지 못하나 판초우의를 입었기에 속옷은 땀으로 젖어오기 시작한다. 푯대봉을 오르는길이 조금은 가파르나 지금까지의 여늬 산행 보다는 쉬운 편이다. 푯대봉 삼거리(09:30)에서 우측으로 돌아 오르는데 오른쪽은 거의 절벽에 가까운 급경사 이고 서쪽은 완만한 지형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 코스를 등산할때는 무조건 오른쪽으로는 빠지지 말고 서쪽으로 가라고 한다. 비가 살금살금 오기에 몇몇은 판초우의를 벗고 걷는다. 빗방울이 약간은 뿌리지만 아름드리 나무가지와 잎이 비를 가려주니 빗방울의 느낌을 느끼지 못하고 걸으니 엄청 시원하다. 그래서 걷는 능율도 오른다.

1161봉에 오르니 사방이 안개가 끼어서 먼산이 보이지를 않는다. 한동안 잡목사이를 걸으며 낮은 오르막도 오르고 내린다. 한참을 걷다보니 9명의 지아비를 모신 여인의 한이 서린 구부시령(九夫侍嶺, 국립지리원의 지도에는 구부待령으로 되어 있음)에 이른다(11:23). 무두들 탑처럼 쌓여 있는 돌무더기 위에 돌 하나를 더 얹으며 술잔을 부어 남은 백두대간 완주까지 세구간 갈길의 무사기원을 빌어본다. 여기서 잠시 올라서면 산불감시초소와 표지판이 있는 덕항산 정상이다(12:07). 동쪽으로 삼척쪽의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나 오늘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를 않는다. 잠시 내려서서 골말 갈림길이 있는 쉼터를 지나 점심을 먹고(12:30~12:50) 출발할려니 굵은 빗줄기 내린다.

환선굴 주차장이 아래로 보인다. 잠시 오르며 걷다보니 오른쪽 절벽 아래로 석회동굴 환선굴이 내려다 보인다. 곧이어 지각산(환선봉)에 올라 잠시 쉬고 올라 1036m봉에 올라서니 왼쪽으로 광동댐이주단지 마을이 보인다.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기 위해 주위의 산들을 온통 까까머리로 만들어 놓았다.(14:05) 안개가 자욱하여 채소밭이 멀리 보이지 않고, 심어놓은 어린 배추 모종만 안개속에 아른거린다. 한동안 배추밭 사이로 난 포장 농로길을 걷다가 큰 나무가 외롭게 서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다시 대간 능선길을 걷는다. 곧 이어 큰재에 도착(14:35)하니 빗줄기는 더욱 세차게 우리를 적신다. 밋밋한 능선길과 그리 높지 않는 오르막을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으면서도 처음으로 느껴보는 우중산행을 아무도 불만하지 않는다. 다만 우거진 숲과 안개로 먼산과 계곡을 보지 못함을 서운해 할 뿐이다. 또 이 코스에는 다른 코스와 달리 야생화를 많이 볼수 없다. 비가 와서 어디로 숨어 버렸나...

큰재를 지나고 부터는 모두들 신발에 물이 그득하다. 질퍽거리는 신발속의 물소리를 들으며 황장산을 오른다. 황장산에 오르니(16:00) 아래로 부터 댓재를 오르내리는 차(車)소리가 들려온다. 빗물에 칠걱 거리는 빗길 급경사를 내려서니 댓재다(16:15). 19.7km를 7시간 10분에 완주했다. 비가 오고 날씨가 선선하니 물도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았고, 완주시간도 빨라졌는것 같다. 비는 여전히 굵게 내린다. 더러워진 신발과 장비를 흐르는 개울물에 싰고 오는 도중에 석포 개울가 정자밑에서 준비해간 낙지 안주로 하산주를 만들어 먹으며 오늘 우중 산행은 기억에 남을 산행이라고 모두들 신나게 목청 높인다. 물안개가 오르고 높은 산으로 구름이 오르 내린다.

대간길의 야생화
1. 말나리

2. 말나리

3. 엉겅퀴

4. 기린초

5. 꿀풀

6. 숙은 노루오줌

7. 버섯

8. 일월비추

9. 섬초롱

10. 노루발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