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제40차 백두대간 구간종주-아! 공룡능선...

master 42 2005. 7. 20. 10:35



일시 : 2005, 07, 16~17(토~일 무박)
구간 : 한계령-대청봉-회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7월16일(토요일) 10시에 대구를 출발한 열명의 대원들이 17일 새벽 05:20에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여 곧 바로 대청봉을 향하여 산자락을 오른다.
오는 중간 인제 휴게소에서 밤참으로 먹은 미역국이 아랫배에 든든하게 느껴온다.
벌써 해가 떠올랐는지 사방이 밝아오고, 휴게소 거무튀튀한 건물이 흐느적 거리는 조명에 
졸고있는듯 무겁게 눈앞에 놓여있다.
한계령 여명 


지난번 조침령 구간을 종주할때도 이곳에서 출발하였는데 오늘도 아침 일출의 여명이 이곳 하늘을 불그스럼하게 물들이고 있다. 검은 도화지에 희끄무리하게 금그어 놓은듯한 한계령 올라오는길이 눈에 익는다. 오르는 산길은 처음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돌계단 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참나무 숲으로 빠져 들어가고, 얼마가지 않아서 먼데 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설악의 전경, 점봉산이 구름에 휘감겨져 눈앞에 들어온다. 휴게소


아직도 습기찬 나무뿌리는 미끄럽고, 비탈진 산길이 조심스럽다. 1시간 20여분 오르니 왼쪽으로 귓대기청이 보이고 그 아래로 너덜지대가 보인다. 한동안 암릉구간을 조심스레 움직인다. 그래도 주위에 아침 햇살을 받고 위용 당당한 바위산들과 그 뒤켠으로 푸르디 푸른 하늘이 힘들여 걷는 우리들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삼거리를 지나니 말나리, 둥근이질풀과 동자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있고, 꿩의다리와 노루오줌 야생화가 가는 길목에서 우리를 반긴다. 멀리로 귓대기청


참나무와 잡목사이를 4시간 가까이 가파르게 오르니 끝청에 이른다(09:15) 오르는 길에서 왼쪽으로 바라본 용의 잇빨같은 용아장성의 힘찬 줄기를 보고 우리 모두는 입만 벌리고 감탄할 뿐이다. 바위 능선을 휘감고 옅은 구름이 밀려 오르고 내리니 마치 비행기탄 기분이다. 그래도 갈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 이곳 끝청에서 부터는 낮은 나무숲이라 야생화가 곱게 피어있다. 야생화를 디카에 조심스레 담느라 일행과 멀어지니 따라가기 바쁘다. 얼마가지 않아 구름에 가려진 대청봉이 보이고 중청 대피소가 발아래 보인다.(09:15)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로 줄지어 등산객들이 오르고, 중청 휴게소에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는데 난 지천으로 핀 야생화를 담기에 바쁘다. 털쥐손이, 큰물레나무 꽃위로 벌이 헤집고 다니는걸 보노라니 아마 그들의 천국인가 싶다. 여기 까지도 줄곧 꿩의 다리, 노루오줌꽃이 벗하며 피어있다.

중청에서 바라본 천불동계곡의 암봉경치는 푸른 화선지에 얹어놓은 누런 금덩이 잔치같다. 멀리로 동해안이 보이고 속초시내와 넓은 들판에 골프장들이 가지런히 보인다. 몰려오는 구름사이로 왼쪽으로 울산바위가 덩그러니 솟아있고, 바로 앞에 공룡능선이 천불동 계곡 가운데서 왼쪽으로 한획을 그으며 가로 놓여있다. 그 앞으로 용의 잇빨을 닮았다는 용아장성이 무서운 잇빨처럼 우리를 겁주고 솟아있다. 공룡능선이 개방된지도 얼마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용아장성은 출입금지란다. 40여년전 1962년 가을에, 백담사, 오세암, 봉정암을 거쳐 이곳을 올랐는데 그때는 전쟁후라 폐허된 토치카에 수많은 병사들의 뼈가 널부러져 있었다. 또 넓은 주위에 박격포 포탄이나 기관총 총알과 빛바랜 군장비들이 그대로 흩어져 있어서 전쟁의 비극상을 확인할수 있었다. 1998년 가을에 이곳을 오를때 대청봉에서 우연찮게 그 당시의 상항을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그당시 유골을 수습했던 소대장을 만났다.
중청, 대청봉

중청과 소청쪽은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빈다. 회운각으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지만 군데군데 나무사이로 펼쳐 보이는 설악의 암봉들을 완상하며 천천히 내려오니 회운각이 금방이다.(11:20) 회운각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후 공룡능선을 오른다. 가파른 암벽을 오를려니 힘드는건 물론이고, 한발 삐끗하면 바로아래가 낭떠러지니 긴장감 을 늦출수가 없다. 신선봉(12:40)에 오르니 바람이 강하게 분다. 모자가 날려가지 않게 조여맨다. 걸어가야할 공룡과 용아의 암봉들이 더욱 눈앞에 닥아와 보인다. 멀리로 보이는 울산바위와 속초시내, 동해안의 경치가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천불동 계곡


역시 공룡은 공룡인가 보다. 쉽시리 우리들을 포근히 안아 주지 않는다. 등산객의 발길을 허용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오르고 내리는 길들이 험하고 낙석의 잔해가 험한 앞길을 예고 하는듯 하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귓대기청과 용아를, 오른쪽으로 간간히 나타나는 울산바위를 좌용아, 우울산바위를 벗하며 가파른 공룡암벽을 로프에 의지하며 오르기도 한다. 넓다란 공지를 확보한 천화대(13:30)를 지나 그 암벽의 위용과 기개를 몸속으로 넣는다. 공룡능선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50도 가까운 직벽 1275봉이 우리를 받아주어 올라선다.(14:20) 서서히 공룡앞에 주눅이 드는지 가까운 암봉의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것 같다. 얼마전 동창 친구의 말이 기억난다. "공룡능선, 만만찮을거다" 마들령 까지는 도상거리는 얼마되지 않는데 그래도 갈길은 멀다한다. 마지막 남은 행동식들을 나누어 먹고 힘내어 걸어 나한봉에 이르고(16:05) 마지막 힘을 쏟는가 하니 드디어 마등령에 도착한다.(16:10) 여기서 왼쪽으러 가면 오세암, 백담사로 가는길이다.(다음 산행때 여기로 내려간다) 걸어온 공룡능선을 뒤돌아 다시한번 눈에 새겨 넣고 비선대로 내려간다.


그러나 비선대로 내려가는 중간길에서 만난 너덜길에서 모두가 넌더리를 친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시원하기는 하지만 가파른 암봉에서는 몸이 날릴정도라 조심한다. 급경사 비선대 하강길에서 무두들 지쳐 버리지만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비선대에 도착한다.(18:30) 불같이 화끈거리는 발을 계곡물에 식히고, 대충 땀을 닦는다. 설악동에 대기한 버스에 도착(19:00)하여 준비해간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니 공룡에 주눅들린 심신에 힘이 솟는다. 오늘 13시간 40분 걸었다. 공룡능선, 너, 나를 받아주어 고맙다.



1275봉 오르는 경사길






비선대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