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파키스탄

master 간판-카라치 전투

master 42 2005. 7. 15. 19:47

오랫만에 내집에 들어올려니 괜히 숙스러워 진다.
집나간 탕아가 돌아온 기분 같기도 하고 괜히 그동안 집 지켜 주셨던 분들 보기도 
좀 머쓱해서 한동안 컴 자판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모든 님들!
집 잘 지켜 주셔서 고맙 습니다.
지금 부터 딱 2주전에 파키스탄으로 부터 한통의 e-mail을 받았다.
오랫동안 거래도 있었고, 내 기계가 그 공장에서 잘 돌아가고 있는데 한달여 전에 
확장을 위해서 기계를 더 구매 할려고 하기에 오퍼를 보냈더니 아무런 소식이 없다가 
느닷없이 일본 기계가 내 기계보다 훨씬 싸고, 설치비용 까지 무료로 해준다나...
평소에 일본 기계 오퍼 가격이 내 기계보다 30% 이상 더 비싼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비상이 걸린것 만은 틀림없고, 메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것 같아 다음주에 금방 간다고 
연락하고서 비자도 받고(보통은 60,000원 인데 급행으로 받으니 160,000원) 7월14일 얼른 
중국으로 뛰어 간다.
기계 만드는 파트너로 부터 가격확약을 받고 7월11일 11시간 비행하여 파키스탄에 도착하여
담당자를 만나니 일본의 회사의 덤핑가격 때문에 자기들 입장이 곤란하단다.
이틀을 밀고 당기고 하다가 견적을 주니 어느정도 만족하는것 같다.
그러나 난 뭐 먹을게 있어야 말이지....
그래 좋다, 너희들 말데로 다음을 보자!
13일, 흥정을 마치고 점심 굶고, 몇군데 에이전트 앞세워 공장을 둘러보니 일본넘들이 
얼마나 싸데고 다녔는지 공장마다 discount라고 하니 모두다 개판을 만들어 놨다.
오래전 부터 일본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기에 재고떨이 같은 기분을 감지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바이어들은 아예 들은척도 않한다.
이판사판 둘이가 싸우는 사이에 유럽 기계 메이커들은 아예 근접도 못하고 있다.
좋다! 한번 해 보자.
나도 니네들 한테 질수야 없지.
지금은 좀 힘들지만 누가 이기나 한번 겨뤄보자.
저녁 7시가 넘어 점심겸 저녁을 피자로 떼우고 공항으로 나와 밤 12시 비행기로 돌아온다.
카라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MASTER란 간판이 많이 보인다.
아름다운 여인이 살포시 침대에 걸터앉은 모습도 있느가 하면, 공항에는 은행창구 앞에
master가 으젓이 걸려있다.
피잣집 옆에 벽지 파는 간판에도 걸려있고, 길건너 안경 파는 간판에도 걸려 있다.
길거리 자동차 수리집 간판도 CAR MASTER라고 붙어있고, 컴퓨터 학원에도 걸려있다.
카라치 시내에 있는 간판에는 MASTER란 이름이 홍수져 걸려있는것 같다.
치과 간판에도 CLINIC MASTER고, 아이스크림,피자집,빵집등의 먹는것에도, 구두방과 
가죽제품을 파는 선전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종류의 master간판과 광고를 본다.
어떨때는 좀 고급스런 대접을 받는가 하면,어떤때는 천덕스럽고 민망한 간판도 더러 보인다.
그래도 내 master란 이름이 외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는데 좀은 마음 뿌듯하다.
원래는 master란 이름이 내가 만드는 기계의 이름이다.
P님은 내 닉을 보고 자기가 servant 같은 느낌이라나...미안 합니다.
첫날 저녁 8시가 넘어 호텔로 들어와 마땅히 먹을게 없어서 주위를 돌아 다니다가 
파키스탄 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가서 빵떡(난), 야채(오이, 토마토, 양파), 콩을 
카레와 삶은 반찬과 생수 한병을 시켜 먹는다.
한국 돈으로 800원 정도되니, 한끼 식사가 너끈하고 맛있게 먹는다.
이런걸 보면 난 국제적인 미식가에 손꼽힐만도 한것 같기도 하고...ㅎㅎㅎㅎ
점심굶고 저녁 먹으러 들어갔던 피자집에서 옆자리에 한가족들이 모여 피자 파티를 한다.
가족들 중에 딸아이가 어찌나 많은지...천진한 아기의 눈망울이 탐나서 디카에 담고보니
또 딸아이 아닌가.
비행기 타고 홍콩으로 오는데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53살이라며 같이가는 친구들 보다
선배라 하기에 내가 당신보다 10년은 더 먹었다고 했더니 주위 친구들 까지 나를 본다.
뭐 젊어 보인다나 뭐래나...암튼 아직은 너 보다는 더 싱싱(?)하다.
내일 저녁 한계령에서 공룡능선 마등령 거쳐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무박산행을 간다.
이제 백두대간도 끝이 보이는것 같다.
비가 오지 않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