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파키스탄

바쁜 사람, 느린 나라

master 42 2005. 11. 24. 07:29

 

어제 아침 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파키스탄의 바이어가 좀 늦게 와 달란다. 10월초에 40FT 한 컨테이너로 기계를 보냈는데 11월 10일경 조립, 시운전하러 와 달라고 하길래 바쁜 일정을 정리하고 어려운 비행기 좌석 까지 잡아 두었는데 이제 와서 늦게 오라니... 더우기 비자를 받기 위하여 초청장을 보내 달라고 수없이 이야기 해서 겨우 비자를, 그것도 단수 비자를 받는데 5일씩이나 걸렸는데... 하는수 없이 국내 일정 때문에 12월 중순을 넘어야 갈수 있다고 해도 답이 없다.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원래 부터 행동이나 일들이 느리다. 사장들은 아침 열시쯤 아침을 먹고 11시 정도에 출근한다. 그러니 영업 방문을 할려면 거의 12시가 다 되어야 만나서 상담을 할수 있다. 또 같이 가는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라 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점심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점심 시간(12시)를 넘기면 그때 부터 허기를 느끼고, 30여분이 지나면 허기를 심하게 느껴 눈이 휘둥그레 지며 저혈당으로 내려간다. 그러니 파키스탄이나 인도등을 여행 할때는 꼭 초코렛을 갖고 다닌다. 변소 가는척 하고 얼른 초코렛을 한개 먹어 혈당치를 올려야 한다. 보통 2시에서 3시 사이에 점심을 먹는데 그때까지 초코렛을 2~3개 정도 먹는다. 그런다고 마냥 점심 먹자고 보챌수도 없으니 내 눈치 모르는 그들은 마냥 노닥거린다. 점심먹고 오후 5시경에 또 다른 바이어를 방문하니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림보 영업이 된다. 보통 오전, 오후 네군데 정도는 방문해야 되는데 이런곳엔 하루 두군데로 끝이다. 한국 사람들 "빨리빨리" 하는 버릇은 여기 오면 길들여 진다. 바이어를 만나 가격을 제시해 주고 나면 감감 무소식이고 엄청 깎아댄다. 신경전을 벌리다가 나중에 나도 지쳐서 그만 두자고 하면 어느날 느닫없이 L/C를 열겠다고 하며 또 빠른 시간내에 선적해 달라고 조른다. 그런데 이 사람들 자동차 문화는 눈이 핑핑 돌게 엄청 달린다. 시내 교차로가 자주 마비된다. 서로 갈려고 양보없이 차를 들이 밀으니... 더우기 교통순경이란 사람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있다해도 느려 터져서 교통 체증이 풀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들은 체증을 즐기는지 그리 불평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그들의 느림 문화가 우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고 답답해 보이나 한편으로는 여유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또 이해도 간다. 회교가 국교이니 시간 맞추어 알라 신에게 기도하러 간다. 일하다가도 기도실로 가고, 상담 중인데도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카펫) 깔고 메카를 향하여 알라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호텔 방에는 메카를 향한 방향을 꼭 표시해 둔다. 또 없을때는 종업원에게 그 방향을 물어 호텔에 준비된 자리를 깔고 기도를 올린다. 얼마전에 터키 바이어가 대구를 방문해서 여러곳을 다니는데 가방안에 기도를 올릴때 쓰는 카펫을 넣고 다니다가 기도 시간이 되면 양해를 구하고 자리깔고 기도를 올린다. 안내하는 나는 바쁘게 다니는데 그들은 여유스럽게 느리게 따라 다닌다. 그러다 보니 귀국 일자가 3일이나 늦어지게 되었지만 크게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연말이 되어가니 좀 바뻐지는것 같다. 국내에 납품해야 될곳도 몇군데 있고, 또 마무리도 지어야 한다. 대충 국내 일정을 마치면 내년 1월에 배낭여행 한군데 다녀올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뜻한 남쪽 나라가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얀마를 거쳐 캄보디아를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이 계획도 국내, 해외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 되어야 즐겁게 떠날수 있는데 지금 조짐으로 봐서는 좀 무리를 해야 할것 같다. 느린 나라 사람들과 거래하다 보니 나도 좀 느려 터지는것 같다. "인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