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파키스탄

9일간의 파키스탄 출장 에피소드-나도 치매??

master 42 2006. 3. 28. 21:54

카라치 해변에서 관광객을 태우는 낙타

 

파키스탄 출장 9일동안 짬이 나면 내내 갖고간 책을 읽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가까운분이 한달여 전에 주신것인데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라는 책이다. 가기전에도 틈틈이 읽었지만 표지에도 있듯이 나라와 언어를 초월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인간의 삶에 깊은 영혼의 울림을 주는 화두와 같은 잠언들이라 평소와는 달리 항상 옆에 두고 감명깊게 읽어왔다. 특히 파키스탄은 술이 없으니 남자들이 즐기는 밤의 문화(?)를 전혀 찾을수 없어서 저녁 8시경 일찍은 저녁(파키스탄 사람들은 9~10시에 저녁을 먹는다)을 먹고 호텔에 돌아와 이 책을 벗하다가 잠이 든다. 비행기 안에서도 오가며 읽고 또 읽었으니 한책으로 이만큼 많이 여러번 읽기도 처음인것 같다. 나를 책과 가깝게 해 주신 이 책을 주신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시차가 4시간이라 새벽 3시경(한국시간 아침 7시)이면 잠이 깨고 두어시간 잠자리에서 책도 보다가, TV도 보다가 하며 다시 잠이 든다. 위성 수신 방송이나 KBS는 아예 나오지 않고 일본 NHK만을 본다. 그래서 한국 야구가 일본에 패했다는 뉴스와 밤새도록 일본 전국이 흥분 하는 뉴스를 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회사측의 배려로 큰 불편없이 일할수 있었으나 아침 마다 분통을 느낀것이 우리를 데리러 오는 운전기사의 시간 약속이다. 처음에 한국에서와 같이 아침 8시 부터 일을 시작 할려고 7시30분에 데리러 와 달라고 하고 기다리니 8시 30분에 온다. 짧은 영어로 길이 막혀서 그랬다는데 뭐라 말할수가 없다. 다음날은 8시에 오라고 했는데 또 8시 30분에 오면서 길이 막혀서 그랬단다. 회사에 와서 알고 보니 모두가 9시 출근이라 8시 30분에 오는것도 운전기사 의 넓은 마음이라고 한다. 다음날 부터 우리가 양보하여 8시 30분 부터 출근하니 속상하는 일이 없다. 어디 모두가 내 마음 같겠느냐 싶어 내 마음을 다스리니 한결 편하다. 카라치는 이맘때가 건기라 시원한 편이라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긴팔에 점퍼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낮이 30도가 넘으니 우리들은 짧은 소매 티를 입어도 낮에는 땀을 뻘뻘 흘린다. 아예 여름 옷으로 장만해 다닌다. 더운 날씨에 작업을 마치고 저녁 7시가 넘어 퇴근하니 몸이 파김치가 된다. 저녁 식사는 카라치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식당으로 가서 먹는다. 미리 컨테이너에 소주를 넣어 보냈기에 술을 마시며 피로를 푼다. 카라치에 있는 유일한 한국 식당에는 각국의 사람들이 온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많이오고 파키스탄, 일본, 미국, 독일 등의 사람들도 한국 음식을 즐겨 먹으러 온다. 오래전 부터 드나들어 식당 주인을 잘 알고 있었던 처지라 들어서면서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면 TV를 보고 있던 남자 주인이 고개를 억지로 돌려 고개를 끄덕이며 "오셨어요"하며 TV를 계속 본다. 돈도 상당히 벌어 유지급에 속해서 그러는지 상당히 거만한 태도다. 우리가 체류해 있는 동안, 아니 그 전 부터도 그런 태도다. 몇년전에 들었던 이야기 인데 사우디로 돈벌로 가서 흘러흘러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같이 타향에서 고생하며 돈을 벌었던 아내가 몇년전에 죽었다고 한다. 나도 7년전에 출장 왔을때 일요일날 심심하다고 했더니 골프나 즐기시라며 그곳 교민을 소게 시켜 주며 골프채 까지 빌려 주셨던 후덕했던 분이라 기억에 남는다. 아내가 죽자 당장 식당을 꾸려 갈 일이 막막하여 그때 까지 주방장으로 데리고 있던 연변 아줌마와 재혼을 했다고 한다. 연변 아줌마는 졸지에 횡재를 했다고 한다. 작년에 내게 지금의 부인인 연변 아줌마가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전처가 고맙다고 하며 종종 찾아오는 미국에 살고 있는 전처 자식들을 자기 자식 같이 돌본다고 한다. 남편에 비해서 마음 씀씀이가 너그럽고 온화해 보인다. 그래서 저런 복이 굴러왔는가 보다. 돌아오는날, 갖고간 라면이 회사의 식사 배려로 한박스 반이나 남아 한국식당에 주었더니 우리 두 사람에게 저녁 한끼를 고기구워 대접 받었다. 값으로 치면 식사비 보다 더 비쌀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장사가 아니니 후덕한 연변 주인 아줌마에게 그냥 주는 마음에서 였다. 그때 부터 멀리서 TV를 보며 소 닭 처다 보듯하던 거만하던 남자 주인이 얼른 달려와 싹싹해 지기 시작한다. 다음에 컨테이너 들어올때 당면, 냉면, 고추장 등등을 좀 갖다 줄수 없겠느냐며... 값을 두배로 계산해 주겠다며 주문하지도 않은 찬 물(미네랄 워터)을 큰병으로 직접 갖다 주며 싹싹댄다. 저녁먹고 비행장으로 오는 택시 속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디 우리가 밀수 꾼이야. 그러다가 당국에 걸리면 누가 책임져 주는데..." 출발 당일 아침에 짐을 챙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호텔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방안에 흰 자켓과 주머니에 여권이 남아있어 확인한다는 전화다. 짐을 챙기다가 흰 침대 시트위에 놓아둔 흰 윗도리를 잊고 그냥 나왔던 것이다. 자주 다녔던 호텔이라 잘 보관해 달라고 하며 저녁먹고 비행장 가는길에 찾아 귀국했다. 집에 돌아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수를 누르고 무심코 아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꼼짝을 하지 않고 그냥 서있기에 화들짝 놀라서 위에 있는 출발 버튼을 다시 누르니 올라간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호텔의 엘리베이터가 출발 층수를 눌르고 아래 출발 버튼을 누르는 습관이 들었던 같다. 이제 나이가 드는 징조가 서서히 나타 나는것 같다. 법정 스님의 잠언집에서 읽은 문구가 언듯 생각난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는다" 종종 정신이 깜박 거리니 몸에 녹이 끼이나... 이러다가 치매로 달려 가는게 아닐까 걱정이다. 그래도 낙동정맥을 달리는데.... 아직 치매 까지야...

시내 조형탑

 

최근에 폭파사건이 일어난 marriot 호텔앞의 경계군인

 

고생하는 master

 

기계 3대를 시운전 마치고 Pakistan operator Bi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