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도, 파키스탄

라만단이 사람 잡겠네.-아라비아해의 화려한 석양

master 42 2006. 10. 2. 23:28


파키스탄 출장에서 어제 저녁 늦게 돌아왔다.
인도 까지 볼일 보고 10월 10일경에 돌아올 스케쥴이었는데 
갑작스런 몸살 때문에 일정을 바꿔 돌아오게 되어 가족들 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도 놀라고 있다.
9월 17일 밤 9시경 카라치 공항에 도착하니 날씨가 덥다.
밖으로 나오니 팻말에 우리들 이름을 새겨 든 현지인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호텔에서 왔느냐 하니 Days Inn hotel 이란다.
호텔 이름을 듣는순간 예감이 좋지않다.
아닌게 아니라 도착해 보니 파키스탄 내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값싼 호텔인듯하다.
출발전에 확인해 두지 않으면 바이어들은 싼 호텔을 예약하기도 한다.

떠나기전에 호텔 이름을 확인 받을려고 몇번 메일로 문의를 했더니 
대답이 없이 그냥 운전기사가 pick up을 한다고만 알려왔다.
직원 두사람과 각 방을 배정받고 아침에 일어나 식당으로 가니 부페로 
차려놓은 음식이 완전한 파키스탄 현지 음식 뿐이다.
처음 가는 송(宋)기사는 아예 계란 부침 몇조각만 먹고 입을 닫는다.
나야 워낙 잡식성이라 잘먹고, 다른 전기 기사도 여러번 다녀와서 
그런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꾸역 꾸역 먹는다.
더운 날씨(40도 전후)에 일할려면 먹어둬야 하니까...
첫공장에서 조립, 시운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셋째날(수요일) 두번째 공장으로 
옮겨 일을 할려는데 송기사가 밤중 부터 변소를 들락날락 하더니 점심때 
쯤해서 드디어 벌렁 들어 눕는다.
급히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아 약을 받고 호텔로가서 쉬게한다.
그럭저럭 둘째 공장 조립, 시운전도 끝날 무렵 전기 기사가 또 설사를 
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송기사가 먹고 남은 약으로 버티다가 토요일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온다.
 
혼자 남은 나는 일요일 오후 5시쯤 해서 아라비아해로 떨어지는 석양을 
찍어 볼려고 준비해간 커메라를 메고 큰 기대를 안고 해변으로 나간다.
몇년전에 왔을때는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범벅이 되었던 해변이 
지금은 깨끗해 보이나 그래도 모래는 한국같은 은빛모래가 아닌 검은 빛이다.
6시가 되니 서서히 석양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6시 반쯤 되어 해가 넘어가고 부터는 아라비아해와 하늘을 맞닫게 동시에 
붉어 지는데 나도 모르게 그 붉은 노을속으로 홀딱 빠져 들어 버렸다.
수평선이 있어서 하늘과 바다를 구별할수 있지 그냥 이글대며 붉게타는 노을만 
보아서는 하늘, 바다가 하나로 붉게 타들어 가고 나도 그속에서 정신을 잃는다.
바다로 나온 많은 구경꾼들은 맨발로 바다로 들어가 타들어가는 석양의 마술에
흠뻒 젖어든다.
나도 운동화에 바다 밀물이 들어오는것 조차 잊고 셔터를 눌러댄다.

두째주 부터 회교도들의 금식기간인 라만단이 시작 된다고 한다.
한달간 해가 떠 있는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음식은 물론이고 물, 담배조차도 피지 않는다.
아침에 호텔에서 좀 배부르게 먹고 나가지만 점심먹지 않고 오후 3시까지 
상담 마치고 돌아오는길은 트래픽 잼에 걸려 오후 5시가 넘어 호텔로 돌아온다.
준비한 컵라면을 얼른 뜨거운 물에 말아 먹고 나면 피곤해서 금방 잠에 빠진다.
그러기를 나흘간 하고 나니 목요일 저녁 부터 몸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슬슬
오한을 느끼고 밤새 땀을 흘리며 근육통을 심하게 앓는다.
몸살이 난것 같다. 말이 몸살 근육통이지 난생 처음 앓아보는 심한 근육통이라
몹씨 아파 무의식으로 고함이 나올 정도다.
이거 큰일났구나 싶어 금요일 새벽 5시(한국 9시)에 한국의 여행사로 급히 전화
하여 인도 스케쥴 취소하고 가장 빠른 토요일 밤 비행기로 귀국할 수 있도록
여행일정을 바꾸고 에이전트를 만나 병원엘 다녀와서 하루 내내 쉬며 끙끙 앓는다.
이거 정말 잘못하다가는 타국에서 비명횡사 당하는것 아닌가 하고 걱정도 해 본다.

토요일 호텔 체크아웃하고 에이전트 사무실로 나와 미루었던 일들을 마무리 지우니 
오후 3시가 넘는다. 
6시까지 에이전트 사무실 이층에 마련된 간이 숙소에서 쉰다.
6시, 40여분 걸리는 먼곳에 있는 한국 식당에 들러 김치찌게로 배를 체우고 밤 11시 
30분 비행기로 방콕으로 나온다. 배불리 먹고 죽은넘 뗏갈도 좋다니...
하루 내내 약을 먹지만 한시간 정도는 괜찮으나 그후에는 또 근육통을 느끼며 
비행기에 오른다.
비행기 내에서 하도 아파하니 옆에 앉은 호주 사람이 뭐 도와줄게 없느냐며 친벌을 베푼다.
위스키를 시켜 스트레이트로 몇잔 마시고 술에 취해 일어나니 방콕이 가까워 지고 있다.
그런데 내린 비행장이 완전히 낮선 비행장이 아닌가.
갈때는 "돈무앙" 공항을 거쳐 갔는데 9월 28일 개장한 "스와나붐" 신공항으로 들어온다.
의사인 아들 한테 병 증세도 이야기 하고 약도 준비해 두라고 전화 할려고 해도 
신공항에 공중전화가 한대도 없다.
항공사 라운지를 찾아갈려고 해도 아직도 준비되지 않았단다.
그러고 보니 일부 면세점과 사무실들이 공사중인데가 여럿 보인다.
아마 당겨 개장 했기에 준비상태가 덜된듯 하다.

걸어서 가면 10분 걸린다는 인천행 C7 게이트 까지 30분 걸려 도착한다.
걷는 동안 얼마나 근육통이 아팠으면 의자에 앉아 혼자 이를 깨물며 악을 쓰며 참았다.
아무것도 먹지않고 물과 약만 먹었으니 입안에서는 약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중에 아들넘 한테 들어는데 이 약들이 장기에 무리를 준다고 한다.
변소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헛구역질만 해대다 그만뒀다.
게이트 C7 입구에서 정신없이 자다가 깨어보니 출발 30분전인데도 게이트가 
열리지 않아 이상히 여겨 전광 안내판을 보니 처음에 보이던 안내문이 사라지고 
아무런 글씨도 없는게 아닌가...뭐, 이런게 다 있나...
얼른 짐챙겨 급히 나와 확인해 보니 인천행 비행기가 게이트가 D2로 바뀌어 
아픈 몸으로 달려 게이트로 오니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아무리 불평해 봤자 송용없는 짓이고 말할 힘도없어 그냥 두었다.
비행기가 출발 할때쯤 약을 먹었더니 중간 기착지인 홍콩에 오는 동안은 덜 아픈것 같다.
홍콩에 내리자 말자 아들넘 한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더니 몸살이란다.
40도 정도 되는 날씨에 점심 굶고 일보러 다녔으니 몸살이 날만하다고 한다.
평소에 체력을 다져놨다고 자부했는데 헛질만 했는것 같기도 하고...
나이가 있는데...
며칠간 푹 쉬면 좋아진다고 하며 계속 약을 먹으며 치료하란다.

통증을 느끼며 인천 공항에 내리니 사위가 마중을 나온다.
아들이 시켜서 나왔다고 하며 진통제와 물을 내민다. 사위가 서울역 까지 테워줘서 
밤 10시 KTX로 내려와 집에 들어오니 자정이 넘는다.
마누라 왈  "어디 맨날 청년인줄 아슈?" 
오늘 하루 내내 쉬고 나니 이제 근육통증은 없는것 같고 몸도 좀 정상으로 돌아
오는것 같다만 그래도 잘 먹던 식욕이 돌아오지 않는것 같다.
시차(4시간) 관계로 잠이 오지 않으니 적응할려면 또 며칠 걸릴것 같다.
파키스탄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옆에탄 호주 사람한테 이렇게 이야기 하며
한참을 웃은적이 있다.
"The great escape from Pakistan"이라고...
무슨 영화 제목 같다.
정말, 라마단이 사람 잡겠네.....
(몸 좀 추스리고 다음에는 태국  "스와나붐" 신공항에 대해 써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