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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50열차 12호차 7D 좌석-뭔가는 손이 허전 하드라니...

하루

by master 42 2005. 9. 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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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딱 일주일전 일이다.
백두대간 완주를 마치고 진부령에서 크게 한잔 하고 오는 버스속에서 그래도 못다한 열정이 남아 
있는지 모두들 맹숭하게 그냥 갈수 없잖아 하면서 노래방도 틀고, 여유있게 갖고간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한잔, 두잔 마시는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도 모자라 대구에 도착해서 또 종주했던 
열두 사람이노래방에 까지 가서 리사이틀을 했겠다.
나야 옛부터 세식구 먹여 살렸던 노래만 믿고 괜찮을줄 알고 목청 돋우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최신곡을 부르며 흔들어 대니 기가 죽어 한쪽 구석에 끽소리 못하고 비맞은 중같이 앉아 
있어야만 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무거운 몸을 일으켜 아침을 먹는둥 만둥하고 KTX를 타고 광명시로 일본에서
오는 친구와 그의 회사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기차를 타자 말자 어제 저녁에 주독이 덜 풀렸는지 금방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비몽사몽 간에 광명시가 다 와 간다는 안내방송을 듣고 급하게 일어나 몸매무세를 가다듬고 
벗어놓은 모자를 엉겁결에 눌러쓰고 기차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기차가 출발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역앞에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러 걸어 나가는데 가을 꽃이 화단에 아름답게
피어 있어서 습관적으로 접사 사진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찾으니....
앗뿔사, 기차에 가방을 두고 내렸지 않는가...뭔가는 손이 허전 하드라니...
돌아보니 기차는 떠나고 없고, 덩그마니 나만 띵하게 서있으니 그 몰골이란 돈없이 주막에 
앉아있는 빈털털이 같은 몰골이다.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역 안내 창구를 향해서 냅다 뛰었다.
KTX는 여기서 서울역 까지는 몇분이면 도착한다.
그 시간 전에 신고를 하여 가방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자없는 가방을 누가 갖고 갈수도 있을 것이다.
그속에 2년여를 내 분신같이 갖고 다니던 디지털 카메라가 들어있고, 또 계약서가 들어있다.
계약서야 새로 작성하면 되지만 디카속에는 어제 진부령에서 미시령 구간의 대간 완주 사진이
고스란히 들어있으니 잊어 버린다면 다른 동료들에게 기록 사진 하나 없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걱정이다.
어제 저녁에 만취해 들어와서 디카속의 사진을 컴으로 옮겨 놓지 않았던 일을 크게 후회했다.
지리산에서 미시령 까지 기록 사진을 찍어왔는데 마지막 구간 사진이 없어 진다니 ...
토요일 출발할때 디카를 잊고와서 허둥 거렸던것 부터가 이런 조짐을 잉태하고 있었는것 같다.
역시 나이가 많은걸 속일수가 없는것 같다. 
건망증이 이렇게 서서히 내게로 닥아 오는가 보다.
아니 치매기가 지금 부터 오는가 하고 생각하니 서글퍼 지기 짝이없다.
뭐 지가 청춘이라고 백두대간 종주를 오뉴월 숫캐 뭐 자랑하듯이 하더니 꼬라지 한번 좋다.
종합안내 센타에서 분실 신고를 하니 금방 열차로 전화를 한다. 
아이구 안심이다.
그런데 도착 시간이 임박하니 열차 승무원들이 모두 도착 준비를 하느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거 불안한데...
하는수 없이 직원은 서울역 분실물 센터로 연락하여 KTX 50열차가 도착하면 12호차 7D석 선반
위에 두고온 가방을 찾아 광명역으로 알려 달라고 전화한다.
그러면서 10여분만 기다려 달라고 하며 앞 의자에서 기다리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요즘 철도 직원들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금방 죽인다.
그런데 십여분이 지나 직원이 다시 전화하니 아직 신고된게 없단다.
이거 정말 큰 낭패를 만났다.
그러면서 신고 대장에 싸인을 하고 가시면 가방을 찾는데로 연락을 하겠단다.
그런데 신고 대장을 주욱 훌터 보니 내가 가장 나이가 많고 20대, 30대도 수두룩하게 적혀 
있는걸 보고 좀은 위안을 삼았다.
나도 뭐 그리 큰 퇴물은 아닌것 같구나, 젊은 넘들이 정신을 어디 두고 다니는거야.
밖으로 나와 일본 친구와 그 직원들을 만나 시내로 오는 중간에 광명역 안내센타 직원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방금 분실한 가방이 들어왔다고 전호가 왔습니다. 서울에서 다음 차편으로 돌아오니 오후 
어느때라도 와서 찾아 가십시요."라고...
참! 친절하고 상냥한 아가씨 구나 생각하며 기분 좋아 하니 일본 친구가 뭐 그리 기분 좋은 
일이냐고 묻는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빈지갑 주은 사람처럼 피실피실 웃기만 했다.
역시 세상은 살아갈만 하구나...
그런데 또 이러면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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