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년말, 년시의 일본 소도시 풍경

master 42 2006. 1. 1. 23:48
2005년 마지막 해가 연륙교 넘어로... 

 

년말이 다 되아가던 지난 29일, 아침 일찍 보령으로 출장가는데 일본 친구 아오이 한테서 급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지난번 10월에 수출했던 자가드 기계(직물에 무늬 놓는 기계)에 에러가 발생하여 사나흘 자기들 힘으로 해결할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도 해결되지 않으니 급히 와서 도와 달란다. 특히 짜고 있는 타올의 납기가 급하다며 미안하지만 년말에 다녀가면 좋겠다는 전화였다.

 

기계 회사 사장에게 연락하여 급히 비행기표 사서 30일 아침 부산에서 출발하여 후쿠오카에 도착해 신칸센을 타고 미하라(三原)에 내려, 또 배를 갈아타고 하여 오후 4시 반경 이마바리 (今治)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 곧 바로 공장으로 달려갔다. 모두들 반기는 속에서 에러 나는 상항을 점검 하고 두시간 만에 완전히 고쳐 놓았다. 원인은 전기적인 문제였다. 본래 이 공장으로 들어오는 동력선에 용량이 모자랐는데 최근에 설비를 많이 하고, 또 주택지에 위치한 공장이라 저녁때 전등을 켜면 이 공장으로 들어오는 전압이 내려가 에러가 발생했던것 같았다. 또 수출할때 일본의 동력이 200V 인줄 모르고 220V로 셑팅해서 보냈으니 밤에 185V로 내려가니 에러가 발생했던 것이다. 즉시 200V로 다시 셑팅하고 몇가지를 조정해 주니 아무런 말썽 없이 잘 돌아간다.

우리나라는 가정용이 220V인데 일본은 아직도 100V이고 동력은 200V를 쓰고 있다. 경제, 문화적으로 선진국인 일본이 이 전기 전압만은 정부에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으니 그 손실(송전, 전류 등)이 큰걸로 알고 있다. 31일 돌아올려니 그래도 미덥지 못한지 하루만 더 있어 달라고 하며 저녁에 망년회를 하잔다. 오전부터 기계를 지켜 보았지만 오후 4시가 가까워도 아무런 에러가 없자 아오이가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구경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일본은 일본 열도를 거미줄 같이 다리로 엮어 자동차로 다닐수 있도록 하였다. 길게 드리워진 조교 넘어로 2005년의 마지막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경건한 마음으로 보며 닥아올 새해를 기원해 봤다.

 

이마바리는 조선업이 발달해 있다. 일본의 제야 풍습은 가족들끼리 모여 "도시꼬시(年越) 소바"를 함께 먹으며 일년을 회고 한다고 한다. 검은색의 조금은 굵은 국수로 꼭 한해를 넘기는 밤에 먹는단다. 우리들 일행이 망년회 할겸 스넥바에 들렸더니 "도시꼬시(年越) 소바"를 주기에 먹어봤다. 또 서로들 "요이 오또시오"라고 하며 새해 덕담을 주고 받는다. 한국은 명절날 고향가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이곳 일본은 멀리나간 가족들은 귀향하기 보다는 각자 사는 곳에서 휴가를 즐기러 온천지대나 휴양지로 떠난다고 한다. 옛날에는 설 음식을 만들기도 했는데 요즘은 설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고 필요하면 식당에 시켜서 배달해 먹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세배하는 풍습과 세뱃돈 주는 풍습이 있었으나 요즘은 거의 찾아 볼수 없단다. 또 설날(1.2.3일)에는 "오세치"라는 음식을 장만해서 찾아오는 손님과 먹는다고 한다. 삼단 도시락 같은데 여러가지 음식을 정성스레 만들어 담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단다.

 

미장원앞

 

31일날, 음식점은 물론, 술집 조차 열지 않는 집이 많다는게 한국과 다른것 같다. 그래도 늦은 시간 술집 골목에는 대리운전 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제야 텔레비 프로는 한국이나 다름없다. "도시꼬시(年越) 소바"를 먹는 장면도 나오고 가수왕(?), 연기대상(?)을 뽑는 프로도 있다. 모두들 새해를 카운트 다운을 합창하며 새해를 맞는다. 이때 북을 치고, 소금도 뿌리고, 술통도 깨뜨리는 장면들이 나온다. "하피 뉴 이아'라고 서로들 덕담한다.

이마바리 항구로 들어오는 페리 설날 아침의 이마바리(今治) 시내는 엄청 조용하다. 다시 배를 타고 미하라로 해서 신칸센을 타고 후쿠오카로 나오는데 차창가로 보이는 동네 가정집들 앞에는 한국 같이 명절 꼬까옷을 입은 아이들도, 일본옷 기모노를 정장해서 입고 다니는 어른들도 볼수 없다. 후쿠오카 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신사를 다녀오는 할머니들만 보았다. 같이간 기계회사 사장님은 일본의 핵 가족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엄청 비판하며 우리나라도 이런 아름다운 명절 귀향문화를 언제까지 볼수 있을런지 걱정 스럽다고 한다. 일본에서 년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고 새해 첫날 귀국했다. 다행히 그들이 엄청 어렵다고 걱정했던 일이 쉽게 해결되었으니 금년은 좀 잘 풀려 갈려나...기대해 본다.

 

조용한 이마바리 설날 아침 거리

 

아시아나 직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