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국민학교 동창생

master 42 2006. 3. 13. 18:52

집앞 텃밭에 봄이 왔다.

 

3월 12일 일요일, 국민학교 동창 친구가 막내딸을 시집 보낸다는 청첩을 받아서 오랫만에 동창생들도 볼겸해서 예식장엘 갔다. 졸업한지도 50년이 되니 졸업후 처음 만나는 친구도 있지만 대체로 동창회가 활성화 되어 있어서 종종 만났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일년에 한번씩 야유회를 가면 버스 두대가 꽉 찰정도로 많이들 나온다. 10여년전 부터는 여자 동창들이 더 많이 나온다. 아마 집안에서 손자들 등살을 피하고 같이 살고있는 남편 보다는 남자 동창 친구가 아무래도 젊으니 좋고, 또 며느리 눈치를 피할수 있고, 남편의 잔소리를 외면할수 있어서 즐겁게 나오는것 같다. 여자 동창들이 하는말 "여기 오면 영감탕구 잔소리도 듣지않고, 친구(남자)들 한테 대접도 받고, 영계들(남자 친구)을 만나잖아..."하면서 너스레를 피운다. 그래도 여자들이라 모든 음식 준비는 여자 친구들 몫이다. 손맛이 오래되니 음식, 반찬맛이 아내가 만들어준것 보다 더 좋다고 한다. 동창들 중에서 먼저간 친구들도 있다. 소식을 물어보면 언제 죽었다고 하며 이 나이에 갈때도 되었지 하지만 그래도 오래 살고 싶어하는 눈치다. 여자들은 남자들 보다 좀 나이 들어 보인다. 같이 공부하고 졸업 했지만 살아온 세월들이 아릿다운 맵씨로 가만히 놔두지는 않은것 같다. 아직도 시장 난전에서 나물 장사 하는 여자 친구가 있는가 하면, 부잣집 맡며느리로 호강 부리며 살고 있는 친구도 있다. 모두 어릴적 친구라 빈부 차이없이 괄시하며 대하지 않는것만 해도 동창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혹 모난 친구가 돈푼꾀나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다가는 금방 왕따를 당하고 그후 부터는 처신을 바로 하지 않다가는 스스로 나오지 못하게 된다. 동창들 끼리 상부상조가 그런데로 잘 되고 있는 편이다. 동창생 잔치집에 국민학교 동창생 이름으로 보통 50여명은 모인다. 피로연 식당에 커다란 자리를 찾이하고 작은 동창회가 벌어지고 잔치술로 권커니 작커니 하며 술판이 벌어진다. 애교스런 가벼운 욕질도 해대며 웃음 바다를 이룬다. 어제 내 자리앞에 옛집에서 가깝게 살었던 여자 친구 S가 앉았다. 졸업하고 처음인데도 금방 알아 볼 수 있으니 곱게 늙은것 같다. 학교 다닐때도 공부를 잘했던걸로 기억한다. 한동안 동네에서 살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느닫없이 자기집 옆집에 살었던 후배 H(여자)가 나를 좋아 하여 S가 H를 데리고 내가 살고 있던 집앞 까지 나를 만날까 싶어 여러번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 다닐때나 고등학교 다닐때 그 후배 H가 내 앞을 지나칠때 고개를 숙이고 다녔던 기억이 나는것 같다.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좀 어렵다고 하며 몇년전 까지 연락이 되었으나 지금은 두절 상태란다. 내가 S한테 "진즉 이야기 하지 왜 이제사 이야기 하노, 천생배필 아깝게 놓쳤네..." 하며 한참을 웃었다. 내 어린 시절은 다행스럽게도 집안이 좀 여유있게 살았고 그런데로 괜찮은 중, 고등학교에 다녔기에 동네에서 같은 또래 한테 인기도 좀 있었던것 같다. 그러나 엄한 아버지와 나이많은 형님들 한테 눌려서 기도 못펴고 살았기에 요즘 아이들같이 터놓고 여자 아이들을 만나는 터수는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까운 시절 다 지나갔는것 같고, 돌아올수 없는 시절이니 매달 한번씩 만나는 국민학교 동창회에나 종종 나가서 친구들과 옛 이야기나 하고, 술잔이나 나누며 살아가야겠다. 조금전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옆동네 살았던 친구 J한테서 청첩장이 와 있다. 자식을 많이 낳아 장가 가는 아들이 여섯째라고 하니 키우는데 고생했겠다. 이 친구는 지금 점(占)집을 하고 있는데 동창회에 나오면 몇몇 친구들이 신세타령 을 하며 신수를봐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냥 대충대충 이야기 하는것 같다. 돈을 놓아야 신바람이 나서 제대로 잘 봐 준다고 한다. 다음주 잔치라는데 나가서 S한테 부탁이나 해 볼까? 나를 좋아했던 후배 H가 슬며시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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