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대간, 정맥, 일반)

낙동정맥 12차 구간 종주-낙엽 밟는 푹신한 감촉...

master 42 2007. 2. 27. 00:47

 

지난 일요일,
동해안 지역에 비나 눈이 올거라는 예보를 접하고도 
새벽 같이 일어나 낙동정맥 12차 구간 종주 정기 산행에 나섰다.
동해안 영덕에 접어드니 비가 좀은 많이 내린다.
걱정 스럽다.
배낭여행 다녀 오느라 한달여 넘게 산에 가지않아
준비물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왔다.
비가 오니 더럭 겁이 나는데 우비를 챙겨 오지 않았다.
마침 휴게소에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비닐 우비라도 살려고 
매점에 들렸더니 그 전날 비가 와서 100개를 다 팔았단다.

 

정말 난감하다. 하는수 없지 뭐, 고어텍스 파커와 방풍의를 입고 가는수 밖에... 오늘 종주할 코스는 황장재-대둔산-두고개-먹구동-내기사 코스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여 산을 오를려고 하니 비가 그치고 산안개가 바람타고 올라온다. 낙엽이 비에 젖어 더욱 갈색을 돋보인다. 짬짬이 바람에 일렁이는 안개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깊게 쌓인, 낙엽이 깊은곳은 무릎을 드나든다. 오르막 길은 조금은 미끄럽기도 하고... 간간히 내리는 싸락눈이 설화를 만들지만 금방 녹아내린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다녀오고 작은 산들을 다녀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능선을 오르고 밟는것은 한달여 만에 처음이다. 미얀마에서 다이어트 해서 그런지 몸은 가볍게 느껴 진다. 선두팀에 걸으니 낙엽 밟는 푹신한 감이 신발끝에 짜릿하게 느껴온다. 그런데 대둔산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왕복 한시간여를 가다가 되돌아온다(알바). 까풀막진 대둔산 급경사 능선길을 되돌아 올려니 힘도 들고 후미팀 한테 쪽팔리네... 그래도 라면 끓여 뜨끈뜨끈한 국물 후루룩 마시는 맛이 눈발 날리는 겨울 능선길에서는 최고다.

 

두고개에서 하산하여 내기사 가까운 공원에 시산제 제물을 마련하고 모두들 산신령님께 엎드려 절하며 금년 일년 무산 산행을 기원해 본다. 역시 돌아오는 길은 룰루랄라다. 영덕에서 사우나에 몸을 푸욱 풀고 차에 오르니 저절로 꿈나라다.

 

집에 들어오는 입구에 따스한 햇볕을 받아서 인지 매화 몇송이가 피었다. 아침에 일어나 디카 들고 나가서 날아드는 벌과 함께 담아본다. 추운 겨울을 따뜻한 동남아에서 보내고 오니 벌써 꽃소식이네. 역시 사람 팔자 길 들이기 나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