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늦게 부터 폭우 비슷하게 비가 내렸다.
서울쪽은 엊그제 우박도 쏟아졌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 보니 집앞 텃밭에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지난주만 해도 썰렁했는데 텃밭 끝자락에 벗꽃도 만개해 있다.
그 아래로 심어놓은 모종 가꾸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어제 비가와서 텃밭을 가꾸고 정리하는 모양이다.
텃밭을 오가는 모습이 날렵하게 보인다.
2005년 년말에 그해 일년동안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본 텃밭의 사계를
사진으로 담아 담담하게 추억한 글을 블로그에 옮겨 본 적이 있다.
이제 텃밭 농사일이 시작되고 새싹들이 재법 커서 텃밭이 더 활발해져 보인다.
모두들 아침, 저녁으로 텃밭 나들이를 하는 모습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활짝 열리는것 같아 기분이 좋다.
곧 봄 채소가 가꾸는 농부들의 식탁으로 맨먼저 올라가겠지.
우리집 아래층에 그곳 텃밭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분이 있다.
정년 퇴직하여 놀기 심심하다 하여 3년전 부터 텃밭을 일군단다.
종종 솎아온 상추나 배추를 나누어 주어 맛있게 먹었는데 그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한주일전 텃밭의 모습
일요일이면 온 가족이 다 거들어 김매기도 하고 고랑도 정리 하는 모습을
내려다 보노라면 가족들이 화기애애해 보여 부럽다.
마누라 보고 "우리도 텃밭 한번 가꿔 봐..."하면 "이 냥반 누구 골빙 드릴라고...
혼자 하소..."하며 빽 소리를 지른다.
뭐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해 본건데 성질 하나는 ...한참 속으로 웃는다.
올해 따라 텃밭속에 있는 몇구루 벗꽃이 일찍 활짝 핀것 같다.
멀리서 망원 렌즈로 당겨보니 무리지어 피는 벗꽃 축제장 보다 더 아름답다.
몇그루 없으니 산만한 주위가 더 싱그럽게 보이고 봄 분위기를 한껏 돋구어 준다.
이 텃밭은 임대 텃밭이다.
여러해 전에 지주가 농사를 지었는데 수확하고 나면 농비도 건지기 어렵다 하여
불도저로 밀어 텃밭을 만들어 임대하고 있다.
텃밭 평당 일년에 50,000원 받는다고 하니 그 수입이 짭잘하다고 한다.
텃밭 일구며 즐겨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는 정년 퇴직한 교사, 교장 그리고 공부원들이
많고 시내에 살다가 이곳 산밑 마을로 이사와 여생을 보내고 있는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이다.
텃밭 중간에 온실 덮게로 만든 간이 휴게소에서 일년내내 모여 장기, 바둑을 두거나
화투놀이를 하며 즐기고 있다.
여기 모여 노는 분들은 노인정은 싫고 자기손으로 움직여 살고 싶어 모인다고 한다.
점심때면 손수 밥도 짓고 심어놓은 푸성귀를 뽑아 반찬해 먹으니 맛이 더 좋단다.
작년 늦봄 그 옆을 지나다가 들어오라 하여 같이 거들어 점심을 얻어 먹은적이 있다.
내가 가니 난 아직 그분들과 어울릴 군번이 아닌것 같아 너스레만 떨다가 왔다.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분들은 하나같이 건강해 보인다.
텃밭갈고, 씨 뿌리고, 매일 자라는 걸 보는 즐거움이 건강의 원천인것 같다.
또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는 즐거움도 내 몫인것 같아 즐겁다.
이제 텃밭의 사계절의 4막 1장이 시작되고 있다.
채소들이 더 자라면 곧 아래층 아저씨 한테서 무공해 채소를 얻어 먹을 수 있겠지.
꿈도 야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