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가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master 42 2005. 10. 21. 23:02

 

 

오늘 포항에서 개업의로 있는 아들넘 집엘 다녀왔다. 월요일날 이사를 한다고 하니 새로 들어갈 집이 어떤지도 보아야겠고, 이사비도 좀 주고 와야지 하는 마음에서 선걸음에 나섰다. 또 오랫만에 손자넘들도 보고 싶어서 가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좀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가을이 어느 만큼 와 있는지도 몰랐는데 가는길 양옆엔 가을이 허리춤을 지나 아랫도리로 줄달음쳐 내려가고 있는걸 보고 저으기 놀랐다. 월초에 춘천 오봉산으로 등산 갔을때만 해도 가을이 멈칫 거리고 있었는데 그사이 빠른 속도로 닥아왔고, 또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 가을 걷이는 이제 끝물인것 같고, 과수원 바닥에 펼쳐 놓은 은박지는 사과를 붉게 빛갈내는데 더욱 반짝이고 있다. 고속도로변 산기슭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쑥부쟁이는 한껏 부드러운 보라색을 자랑하고 있고, 논밭 둔턱에 꽃피운 억새풀은 곧 날려보낼 솜꽃을 바람따라 일렁이고 있다. 오늘 따라 날씨가 비가 흩날리려는지 꾸루무리 한게 마음도 약간은 우울하다. 집나설때 준비하고간 카메라를 몇군데 들이대어 보지만 그리 마음에 맞는 장면을 담을수가 없다. 겨우 몇컷 담은것 조차 흐릿한 날씨로 하늘에 먹구름이 확 끼어있다. 지난봄, 이곳을 지날때 모내기 할때 찍어둔 사진이 있어 올려 비교해 본다. 올해는 풍년이라 어디를 가도 황금 들판이 일렁인다. 지난 봄에는 모자리 잡고 논에 써레질 할때 이길을 지나갔는데 오늘은 황금 물결이 일렁이는 들판이 눈앞에 펼쳐저 보인다. 라디오에서는 농민들의 푸념 소리가 들린다. 풍년이 들어도 별로 좋아하지를 못하고 있단다. 추곡 수매가도 그리 올라가지 않을것 같고, 국회에서 농산물 개방 결의안이 오늘 통과 될것 같아 모두들 분노의 하소연을 한다. 정부 양곡 창고마다 아직도 나락 상태로 가득하니 풍년진 추곡도 그 수매량이 예년에 비해 더 줄어들것 같다는 예상이다. 국민 식생활의 변화로 쌀 소비가 줄어들어 매년 창고가 넘쳐 난다고 한다. 농업 정책이야 나로서는 알수 없지만 그래도 라디오를 통해서 듣는 농민들의 불만스런 소리는 이 가을을 보내는 우리들 마음을 우울하게 만든다. 부모옆을 떠나 포항에서 둥지를 틀은지 2년이 거이 다되었다. 알뜰하게 살았는지 큰평수의 아파트를 사서 병원 옆으로 가니 내가 이사를 가는것 같이 내 마음도 한결 기쁘다. 내가 아들넘 나이때는 전화도 없는 전세집을 전전 했었는데 시대가 다른지 아니면 나보다 더 알뜰하게 살아서 그런지 옆에서 보는 부모로서 대견스러워 보인다. 점심 먹으러 가기전에 아들넘이 독감예방 주사를 맞고가라고 해서 맞았다. 작년엔 맞지 않았는데 금년 겨울 독감 예방 준비는 끝난것 같다. 다같이 점심을 먹고 집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며느리 한테 이사비를 쥐어주고 나오다가 손자넘이 초코파이를 사달라고 하길래 슈퍼에서 한통을 겁없이 사주었다. 시집간 딸애가 어릴때 초코파이가 먹고 싶다고 해도 비싼 과자라 하며 사주지 않었는데 이모가 놀러오면서 한통 사다준 초코파이를 맛있게 다먹은후 딸아이가 더 먹고싶어 포장박스위에 실물크기로 인쇄된 초코파이 그림을 손으로 긁으며 잡을 려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시집간 딸애한테 이런 옛 이야기를 하니 전혀 기억이 없단다. 이넘들아, 이제는 할애비도 뭐던지 사줄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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