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합천댐 가는 길

master 42 2006. 11. 7. 10:49
 
일주일 전쯤이다.
며칠간 방구석에 틀어박혀 해외에서 받아둔 프로잭트 설계를 
마치고 나니 머리가 텅 빈것 같아 J형을 꼬드겨 쌍책, 황강을
지나 합천댐으로 드라이브나 가자 하니 얼른 따라 나선다.
얼마전에 한번 가다가 해가 저물어 중도에 돌아왔지만 역시
이곳의 가을은 단아한 촌색시 같이 수수해서 안정감을 준다.

 

합천댐에서 방류해서 그런지 황강에 많은 물이 흐른다. 상류라 그런지 유속도 제법 있어 보인다. 하천변에 심어 두었던 땅콩은 수확했지만 그래도 그 줄기만은 푸르게 남아 있고, 골따라 푸릇푸릇하다. 먼산위로 얹힌 뭉게 구름이 우릴 평안하게 해 준다. 머리가 맑아 지는것 같다.

 

한참을 그곳에 머물다 상류로 출발하며 강변을 보니 몇년전 갈수기때 보았던 금모래밭이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아 아쉬워 한다. 합천댐으로 들어서니 드라마 "서울 1945" 촬영 셋트장이 나온다. 한참을 둘러 보고 사진에 담아본다. 서울역이 그런데로 실감나게 만들었고, 유지도 잘 되고 있다.

 

합천댐 입구에서 식구들이 모여 탈곡기를 돌리며 마지막 가을 걷이를 하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머문다. 아마 이 가을에 마지막으로 보는 타작 장면인것 같다. 논은 다랑논 같이 계단식으로 되고 꼬부랑 논두렁이라 손으로 나락을 타작하는것 같다.

 

합천댐에 들어서니 먼저 억새가 우릴 반긴다. 이제 풍성하던 솜털을 날려 보내고 있어 마지막 남은 솜털이 햇살에 역광되어 빛난다. 합천댐의 푸르디 푸른 코발트 물색갈이 가슴속으로 들어오니 마음과 머리까지 맑아지는것 같다. 며칠간 찌들었던 심신이 확 풀어 헤쳐 지는것 같다. 이래서 자연이 좋은것 같다. 둘이서 오늘 참 드라이브 참 잘 나왔다 하며 한동안 동심으로 돌아간다.

 

몇번 찾아왔던 낚시터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키고 집앞 단감 나무에서 단감 몇개를 따 먹는다. 역시 나무에서 금방 따서 먹으니 맛이 꿀맛같이 달다. 여러해 전에 아들 내외와 딸과 사위를 데리고 섬진강 매화 마을을 거쳐 산동의 산수유 마을을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에 이곳 낚시터 식당에서 닭백숙을 시켜 먹은적이 있다. 집에서 놓아 먹인 순 자연산 촌닭이라 쫄깃쫄깃한 맛이 시내에서 먹어보던 닭맛과는 완전히 다르다.

 

묘산면에 들어서니 오른쪽으로 합천댐이 보이고 깍아 지른듯한 언덕아래 마을에도 추수는 벌써 끝나고 평온하게 보인다. 묘산면을 거쳐 거창 방향으로 오다가 가조 방향으로 들어서니 완전히 꼬불꼬불한 산골 길이다. 몇년전 이곳을 지날때 고개 위에서 바라본 황금색 계단식 논이 기억나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수확을 끝내고 마른논만 덩그라니 우릴 맞이한다. 가조에서 넘어간 석양이 하도 애처로워 한컷 담아 보지만 그리 화려한 석양이 아니다. 하루 돌아다녔더니 머리가 깨끗해진것 같다.